[인터뷰] '뜨는 별' 첼리스트 한재민, 에든버러서 英 데뷔…"재밌었어요"
EIF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음악 대하는 마음, 포장해도 무대선 드러나"
독일서 학교 다니며 자취, 독일어 공부도…"새 첼로, 고양이 같은 매력"
(에든버러[영국]=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첼로 연주자 한재민은 세계적인 공연 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을 통해 영국 무대에 데뷔한 뒤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재민은 11일(현지시간) 에든버러의 2천200석 규모 주요 공연장인 '어셔홀'에서 KBS 교향악단과 협주를 마치고선 덤덤하게 "평소처럼 했다"며 "아쉬운 점이야 늘 있지만 끝나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로 에든버러의 관객들을 사로잡아 긴 박수를 끌어냈다.
첼로를 들고 등장한 순간부터 존재감이 2층 객석까지 묵직하게 느껴졌고 연주에 몰입한 모습에선 더는 17세라는 나이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재민은 공연 전 어셔홀 로비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이번 EIF 공연에 관해 "좋은 오케스트라와 훌륭한 연주자들이 모이는 페스티벌에 초청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게 느꼈다"며 "이런 곳(어셔홀)에서 연주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다"고 말했다.
KBS 교향악단과는 가볍게 합을 맞춰본 적이 있을 뿐 정식 협연은 처음이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면 정이 느껴지고 즐겁다"고 말했다.
KBS 교향악단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은 한재민에 관해 "재능 있는 연주자"라며 "리허설 시간이 매우 빠듯했지만, 열린 마음으로 임해줬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에서 중요한 자세"라고 말했다.
한재민은 얼마 전부터는 독일로 옮겨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전문가 학습(professional studies) 과정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원 연주자 과정이다.
혼자 밥을 해 먹고, 악기를 챙겨 한국, 라트비아, 이탈리아, 다시 독일 등으로 연주하러 다니는 생활이다.
그는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밥은 집에서 해 먹는데, 독일어를 전혀 못 해서 큰일 났다"며 "메뉴판을 못 읽어 지난주부터 과외를 시작했다"고 했다.
독어를 못하는데 독일에서 자취가 가능하냐고 물으니 "학교 애들이랑 영어로 얘기하며 지내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다"며 "같은 건물에 양인모 형(바이올리니스트)이 살고 있긴 한데 (연주 일정으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냐고 묻자 "2∼3년 전부터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고 진실한 예술가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 꾸며도 무대에 서면 어떤 마음을 갖고 음악을 하는지 다 보이는 것 같다"며 "평소 삶이 무대에서 다 드러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올해부터 삼성문화재단에서 대여해 쓰는 1697년산 조반니 그란치노 첼로에 관해선 "캐릭터가 강하고, 맞춰줘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고양이 같은 매력이 있는 악기"라며 설명했다.
그는 "전에 쓰던 첼로는 강아지 같았는데 새 악기는 잘 안 맞춰주면 가끔 소리도 안 내고 그래서 아직 적응 중"이라고 말했다.
취미로는 "초1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 구단을 좋아해서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 버킷 리스트에 있고, 재즈 음악을 듣는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다섯 살에 첼로 연주를 시작해 여덟 살에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다.
그는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15세) 우승하고, 지난해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는 차세대 첼리스트다.
그는 "플루트를 하신 부모님은 초3 때까지도 음악은 취미로 삼으라고 반대하셨다"며 "음악인의 삶이 힘든 걸 알아서 그러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 부모님께 플루트를 배웠냐고 물으니 "그 높은 소리가 싫었다. 그래서 첼로를 했나 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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