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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드인] 신림 흉기난동이 게임중독 영향? 게이머·업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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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드인] 신림 흉기난동이 게임중독 영향? 게이머·업계 '부글부글'
검찰, 조선 구속기소하며 '게임 중독' 여러 번 언급
게임과 폭력 연관성 두고 의견 분분…"사회안전망 되돌아보는 게 먼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묻지마 칼부림' 범죄의 공포가 확산하면서 해묵은 게임의 폭력성 논쟁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11일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을 구속기소하며 조씨가 "실직 이후 8개월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시청하는 등 '게임 중독'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조씨가 범행 당시 가볍게 뛰며 피해자의 뒤나 옆을 공격한 점,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타격한 점 등을 두고서는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라고도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게임 중독을 곧바로 동기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범행 직전 게임 중독 상태였다는 심리분석가의 의견이 있었다"며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 게임의 폭력성 부각에 게임계 "인과관계 혼동…우려스러워"
하지만 게임계는 잇따르는 강력 범죄에 또다시 게임산업이 뭇매를 맞을까 염려하는 모양새다.
2000년대 전후로 강력 범죄나 청소년 폭력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게임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게임 정보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씨는 통화에서 "게임이 보편적인 여가 방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게임과 범죄를 엮는 것은 명백한 인과관계 혼동"이라며 "대다수 범죄자의 식단이 쌀밥이었다고 쌀밥이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1990년대에 주로 나오던 주장이 2023년 게임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도 다시 나오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도 "사람이 폭력성이나 반사회성을 습득할 수 있는 경로는 전 생애를 걸쳐 다양한데, 여러 매체 중에서 게임만을 콕 집어 원인으로 걸고넘어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슈팅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부각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대전형 슈팅 게임에서 총이나 칼로 적을 처치하는 것은 보편적"이라며 "게임에는 비현실적인 요소도 많은데, 현실 범죄와 유사한 일부 요소만 인용해 여론을 호도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게임이 폭력성 부추긴다? 명확한 결론은 안 나
일부 심리학·정신의학계에서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폭력적인 행동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2001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크레이그 앤더슨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폭력적 비디오 게임 이용이 공격적인 행동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이런 연관성이 공격성이 있는 사람과 남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물론 한국 학계에서도 이 연구 결과를 인용해 게임이 폭력 범죄를 유발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여럿 나왔다.
그러나 2009년 텍사스A&M대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 등은 해당 연구가 실제 조사가 아닌, 서로 다른 연구를 통계적으로 종합하는 '메타분석'에 의존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력성에는 게임 이용 유무보다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폭력 경험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게임이 범죄율을 낮춘다는 정 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
2011년 텍사스대의 마이클 워드 교수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비디오 게임 상점의 증가와 범죄 발생률 감소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게임 과몰입 문제 전문가인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3년 게임과 폭력성에 관한 일련의 국내외 연구를 종합한 논문에서 "'공격성의 발생' 자체가 다양하고, 대부분이 단면적인 연구의 한계를 가지고 있어 장기적인 추적 연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 게임 탓하는 건 쉽지만…복잡한 인과관계 외면한 단순진단은 경계해야
칼부림 사건과 게임 과몰입을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강력 범죄에 대한 손쉬운 설명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조씨 같은 '은둔형 외톨이'를 만들고 반사회성을 키우는 사회안전망의 책임은 옅어진다.
검찰은 피의자 조씨가 "대학, 취업, 결혼 등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 열등감, 사회적 소외 등으로 작년 12월부터 경제 활동도 하지 않고 매일 집에서 게임, 동영상 시청, 댓글 작성에 몰두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저자인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조씨가 보인 게임 과몰입이 "사건의 진짜 원인이 아닌, 중간 결과 내지는 상관관계가 있는 하나의 증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그를 게임에 8개월 넘게 빠지게 했는지, 왜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1999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들은 록 밴드 메릴린 맨슨의 음악을 즐겨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대중음악의 폭력성, 퇴폐성에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마이클 무어 감독은 2002년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을 통해 이렇게 되물었다.
"그들은 총기 난사 당일 아침 볼링을 쳤다. 왜 볼링 탓은 아무도 하지 않는가?"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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