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올해 이차전지주 15조 순매수…추종매수자 평가손실
이차전지주 순매수, 코스피·코스닥시장 합산 순매수의 네 배
이차전지주, 고점 대비 25∼45% 하락…지난달 평균 매수가 밑돌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과열 논란을 부른 이차전지주를 15조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차전지주 주가가 지난 달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면서 뒤늦게 고점 부근에서 추종 매수에 가담한 투자자는 평가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한국거래소가 이차전지테마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TIGER) 2차전지테마 ETF 구성종목 33개의 개인 순매매 규모를 합산한 결과 모두 14조5천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개인이 올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합산 순매수 규모 3조5천261억원의 네 배에 이른다.
33개 이차전지주는 POSCO홀딩스 등 코스피 상장사 12개와 에코프로 등 코스닥시장 상장사 21개로 구성됐다.
개인의 순매수는 올해 급등한 POSCO홀딩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에 집중된다.
개인은 코스피에서 POSCO홀딩스를 가장 많은 9조8천75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LG화학(1조1천135억원), SK이노베이션(6천359억원), 포스코퓨처엠(2천816억원) 등도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모두 1조345억원어치 매집했으며 엘앤에프도 6천869억원어치 사들였다.
그러나 시장 전체적으로 '포모'(FOMO·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자신만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인식 확산에 개인이 묻지마 식으로 몰려 과열 논란이 제기된 이차전지주 주가는 이달 들어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져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POSCO홀딩스는 작년 9월 말 21만1천원에서 지난달 26일 최고가 76만4천원으로 3.6배로 뛰었다가 지난 11일 57만7천원으로 마쳤다. 이는 고점 대비 24.5% 떨어진 수준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작년 8월 9일 14만4천원이던 주가가 지난 달 26일 최고가 69만4천원으로 4.8배로 올랐다. 지난 11일 종가는 44만500원으로 고점 대비 36.5% 하락했다.
1년 새 주가가 15배로 치솟아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군 에코프로는 작년 8월 말 10만원에서 지난 달 말 153만9천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00만∼120만원 구간으로 밀렸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9월 말 8만6천900원에서 지난 달 26일 장중 58만4천원으로 6.7배까지 뛰었다가 32만원대로 떨어졌다.
현재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고점 대비 각각 26.1%, 44.6%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뒤늦게 이들 이차전지주 열풍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이 지난달 자사 개인 고객의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 평균 매수 단가를 조사한 결과 두 종목의 평균 매수단가는 현재 주가보다 높은 58만5천600원, 50만6천100원이었다.
즉 지난 달 해당 종목을 매수해 아직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 상당수는 평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달(25일 기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평균 매수단가는 각각 100만9천300원, 34만200원이었다. 두 종목 투자자 역시 주가가 매수가를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가 거래 비용을 고려하면 평가 손실이 난 투자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그러나 이들 이차전지 대표주자가 고점에서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이달 초 증권사들이 제시한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보면 삼성증권(33만원), IBK투자증권(33만5천원), 메리츠증권(36만원), 신한투자증권(40만원), NH투자증권(41만원), 키움증권(44만5천원) 등으로 현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이 종목을 지금 매수한다고 해도 목표주가까지 기대 수익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55만5천원, 적정 시가총액을 14조3천억원으로 각각 제시하면서 매도 의견을 유지했다.
증권사들이 지난 달 25일과 26일 내놓은 POSCO홀딩스 목표주가를 보면 45만원(교보증권)에서 90만원(한국투자증권)까지 배가량 격차가 벌어져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풍부한 시중 자금이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이차전지와 같은 테마주로 흘러 들어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는 과거 바이오나 화장품 열풍이 불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고 상승폭도 크다"며 "이차전지주는 대주주의 차익실현 등으로 상승 모멘텀을 잃고 조정 국면으로 들어간 만큼 추종 매매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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