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伊총리, 최저임금 논의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난 반대"
야당들 "이럴거면 왜 초대했나"…"그래도 합의 추구해야" 목소리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시간당 9유로(약 1만2천800원)의 법정 최저임금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야당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자신의 패를 먼저 내보였다.
멜로니 총리는 9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왜 난 (야당의) 최저임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까"라고 자문한 뒤 "모든 사람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면 필연적으로 (최저임금이) 그 중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선되는 급여보다 더 많은 급여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법정 최저임금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아울러 "법정 최저임금이 해결책이라면 왜 야당들은 일찍 도입하지 않았을까"라며 의문을 표시한 뒤 "아마도 그것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좌파 성향 정당 '비바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야당은 힘을 합쳐 지난달 4일 법정 최저임금 도입 법안을 발의했지만, 집권 여당이 '시간 끌기'에 나서면서 법안 심사는 10월 이후로 연기됐다.
이탈리아 국민의 70% 이상이 법정 최저임금 도입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멜로니 총리는 11일 오후 5시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야당 지도자들을 초대했다.
그런데 멜로니 총리는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기도 전에 최저임금 도입에 찬성할 뜻이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야당에서는 총리가 완고하게 자기 뜻을 밝힌 상황에서 굳이 만나야 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에우로파'의 리카르도 마기 대표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보여주기식 무대의 들러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 '아치오네'의 카를로 칼렌다 대표는 그럼에도 멜로니 총리와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렌다 대표는 "국가와 350만명의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며 "그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가운데에서는 드물게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다.
대신 노사가 체결한 단체교섭협약(NCBA)상의 임금 최저액을 확장 적용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국가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덴마크,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키프로스 등 총 6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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