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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맞은 중국…美 '첨단기술 돈줄 차단'·디플레·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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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맞은 중국…美 '첨단기술 돈줄 차단'·디플레·폭우
미국자본 투자 제한, 中 산업 타격…회복 부진 경제에 갈수록 악재만
갈륨·게르마늄 수출제한 고심 중국, 강공 대신 유연 대응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경제가 안팎에서 거센 '삼각파도'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 내 각종 경제 지표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가리키며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은 투자 제한 조치로 중국 첨단기술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2주 가까이 계속되는 폭우도 중국 경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 막오른 美 디리스킹 제재…中 대응 강도 고심하는 듯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서명한 대중국 투자 규제 행정명령은 중국의 첨단반도체·양자 컴퓨팅·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조치의 명분은 이들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사용되는 걸 막자는 것이다.
투자하려면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투자 금지를 포함한 규제 권한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이 갖도록 했다. 사실상 '투자 금지 조치'로 볼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에 투자를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미국이 이젠 돈 줄까지 막고 나선 것이다.
사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견제·통제에 나선 지는 오래됐다.
미국은 2019년 5월부터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의 대명사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해 5G용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4G용 반도체 수출 차단도 검토 중이다.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작년 8월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모두 2천800억 달러(약 368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법(CHIPS Act)에 서명했으며, 이 법을 통해 투자 대상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에 서명한 지 딱 1년 만인 9일 이번 투자 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에 첨단 기술·관련 자본 이전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제스처로 보인다.
미국은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 중단을 계기로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니콘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조치했다. 미국은 한국·대만·일본과 함께 중국을 뺀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투자 제한 조처에도 유럽과 일본·대만 등의 동참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반격도 예상된다. 행정명령 발표 직후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으며, 중국 상무부도 미국에 대해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파괴하고,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전을 심각하게 교란했다"고 비난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 차원에선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는데, 상황을 분석하고 난 뒤 대응 강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중국은 미국이 무역·과학기술 이슈를 정치화·무기화하려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국가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으려는 처사라는 것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21일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이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며 관련 제품 구매를 중지시켰다. 이어 갈륨과 게르마늄 등 30개 품목에 대해 이달 1일부터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디플레 위기' 中 경제가 관건…유연한 대응 가능성도
문제는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 경제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3% 떨어졌다.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1년 2월(-0.2%)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1.0%(2월)→0.7%(3월)→0.1%(4월)→0.2%(5월)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6월 0.0%를 찍고 7월에 마이너스가 됐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4.4% 하락,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중국에서 CPI와 PPI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외신은 일제히 중국에 디플레이션이 닥쳤다고 평가했으나, 중국 당국만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4일 개최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내수 부진'과 '부동산 리스크', '외부 환경의 어려움'으로 경제 회복이 더디지만, 최근의 상황을 "기복이 있는 발전, 곡절이 있는 전진의 과정"이라고 봤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 디플레이션 위험은 없지만, 자칫 잘못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는 중요 시점에 있다면서 경계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미국의 이번 투자 제한 조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이 그동안 보인 태도로 보면 갈륨·게르마늄 전면 수출 금지라는 '강 대 강'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전 세계에 두 광물의 80∼90%를 공급하는 중국이 미국 등 첨단 반도체 산업 국가들에 크든 작든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에 각국이 대비한 상태여서 중장기적으로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중국을 대체할 공급국들이 멀지 않아 생길 공산이 크다.
중국은 외국의 대중국 투자 감소도 우려해야 한다.
리스크 컨설팅 기업인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는 2005∼2018년에 연평균 140억 달러(약 18조4천억원)에서 2018∼2023년에는 연평균 100억 달러(약 13조2천억원)로 줄었다.
나아가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올해 1분기 200억 달러(약 25조5천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이번 투자 제한 조치에 다른 나라들이 가세하게 되면 대중국 투자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중국이 강공 대신 유연한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국과 확전을 피하고 대신 실리를 챙기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中에 시름 더하는 자연재해…2주일 가까이 폭우로 '난리'
제5호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쏟아진 폭우로 중국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동남부 푸젠성으로 상륙한 태풍이 곳곳을 훑고 지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허베이성은 '140년 만의 폭우'라고 밝혔다. 이 중 행정구역상 바오딩시에 속하고 베이징과 바짝 붙어있는 줘저우시는 시 면적의 60%가 평균 1∼1.5m 깊이의 물에 잠겼으며, 심한 곳은 들어찬 물 깊이가 5∼6m에 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수리부는 9일 현재 중국 내 11개 하천이 범람 위기라고 밝혔다.
아직 비가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구조·복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막대한 재산 피해를 예상한다. 이번 장기 폭우가 중국 경제에 시름을 더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특히 전국 식량 생산의 약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대표적 식량 생산기지인 동북 곡창지대와 중국 최대 밀 생산지인 허난성 일대도 폭우로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아 식량 생산 감소 등 경제 타격이 우려된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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