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탓 환경파괴?'…멕시코 국정교과서 좌편향 논란
야당 "공산주의 바이러스 주입"…일부 주지사 "배포 안 해"
대통령 "野 주장, 악의적"…교육부, 배포금지 지자체 소송 검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연방정부에서 제작한 국정 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교과서 일부 표현에 자본주의를 깎아내리거나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듯한 표현이 삽입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배포 중단 선언까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과 라호르나다, 레포르마 등 멕시코 일간지에 따르면 멕시코 교육부는 오는 28일 새 학기부터 전국 모든 학교 1∼9학년(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 해당)에게 무료로 제공할 교과서를 최근 공개했다.
정부에서 선정한 학자들이 집필해 출판까지 마무리된 이 교과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일제히 전달됐다.
그런데 일부 교과서에 반(反)자본주의 색채가 강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지적이 학부모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예컨대 4학년 교과서에는 '자본주의 문화 아래에서 자연과 사회의 악화'라는 장이 삽입돼 있는데, 자본주의 국가에서 환경 파괴가 가속한다는 취지로 읽히는 단락이 있다는 식이다.
다국적 기업이나 소비 중심 문화를 본질적으로 '나쁜 것'처럼 묘사하는 문장도 들어 있다고 야당 등은 주장했다.
특히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학자 가운데 일부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향수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거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일한 적 있었다는 과거 행적까지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교과서 제작을 책임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고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태양계에서 화성이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깝게 보이는 도표가 삽입되고, 멕시코 국민적 영웅인 베니토 후아레스 전 대통령의 생년월일을 잘못 기재하는 등의 오류가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우파 야당에서는 "좌파 집권당이 아이들의 교과서에 공산주의 바이러스를 주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32개 주(멕시코시티 포함) 가운데 할리스코, 치와와, 코아우일라, 유카탄 등 4곳의 주지사는 아예 교과서 배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4명은 모두 야당 소속이거나 무소속이다.
이에 대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교과서는 엄밀한 기준에 의해 선정된 전문가와 학자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며 "야당의 시각은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극단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악의적"이라고 반박했다.
멕시코 교육부는 교과서 배포 금지 방침을 정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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