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군부, 프랑스와 군사협정 파기…주요국 대사 해임(종합)
"공격에 즉각 무력대응" 경고…"ECOWAS 대표단, '빈손 귀국'"
'억류' 바줌 대통령 "헌정 회복 위한 국제사회 지원 촉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군사정변(쿠데타)을 일으킨 니제르 군부가 프랑스와 체결한 군사협정을 파기하고 프랑스, 미국 등 주요국 대사를 소환했다.
무력 개입 시 즉각 대응하겠다는 군부의 경고 속에 축출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이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는 등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니제르 쿠데타 주체인 이른바 '조국수호국민회의'(CNSP)는 전날 프랑스와 체결한 일련의 군사협정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아마두 아브드라만 조국수호국민회의 대변인은 전날 국영 TV에서 "니제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프랑스의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고 군사 협력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프랑스와 맺은 5개의 군사협정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외교부는 "군사협정 파기는 프랑스 정부가 승인한 합법적 정부만 할 수 있다"며 니제르 군부의 발표를 일축했다.
니제르는 사헬(사하라 사막의 남쪽 주변)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선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전략적 요충지다.
프랑스군은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 용병의 영향력이 커지자 양국에서 모두 철수하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겼다.
니제르에는 현재 프랑스군 1천500명과 미군 1천100명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등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 병력이 철수한다는 발표는 아직 없다.
니제르 군부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프랑스와 미국, 토고, 나이지리아 주재 대사를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니제르에 대한 공격이나 공격 시도는 니제르 군의 즉각적이면서도 예고되지 않은 무력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수도 니아메를 찾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대표단이 군부 지도부를 만나지 않고 돌아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ECOWAS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어제 니아메에 도착한 대표단은 예정대로 밤을 보내지 않고 니제르를 떠났다"며 쿠데타 지도자인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조국수호국민회의 의장이나 억류 중인 바줌 대통령을 모두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ECOWAS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티누부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통해 대표단에 "니제르 사태의 결정적이고 우호적인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ECOWAS는 지난달 3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경제제재를 결의하는 한편, 니제르가 일주일 내에 바줌 정권을 복원하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일부터 나이지리아에 모여 헌정 질서 회복 시한인 오는 6일 이후의 대응책을 모색 중인 EOCOWAS 회원국 국방 수장들은 이날 회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지만, 대표단 파견이 무위에 그치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편 바줌 대통령은 지난 26일 군부에 억류된 이후 처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니제르의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해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바줌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니제르는 물론 지역과 전 세계에 재앙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그는 "사헬 지역에서 니제르는 인권을 수호하고 권위주의 세력의 확장을 막는 최후의 보루였다"면서 "(쿠데타 성공 시)전체 사헬 지역이 바그너 그룹을 통한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는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 세력이 지난달 26일 쿠데타를 일으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새 국가 원수인 조국수호국민회의 의장이라고 천명한 티아니 실장은 민주주의 정권 전복을 멈추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내정간섭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일축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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