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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 손목시계 차고 다닌 故 정몽헌…소탈했던 생전 모습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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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 손목시계 차고 다닌 故 정몽헌…소탈했던 생전 모습 공개
20주기 추모사진전서 본 고인 유품·사진…남북경협 의지도 담겨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은 생전 '카파'(KAPPA)라는 브랜드 시계를 차고 다녔다고 한다.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삼성시계가 제조·판매하던 대중적 브랜드로, 흔히 대기업 총수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롤렉스 등 명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4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개관한 정 전 회장 20주기 추모 사진전에는 손목시계를 포함해 생전 고인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는 유품이 다수 전시됐다.
평범한 디자인의 손목시계 2점 옆에는 정 전 회장이 쓰던 안경들이 놓여 있었다. 현대백화점 등에 입점한 일반 안경원에서 맞춘 것으로 보이는 평범한 디자인의 뿔테 안경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생전 다른 명품 시계는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검소하고 소탈했던 고인의 성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교복을 입은 학창 시절부터 군 복무, 배우자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신혼 시절, 현대그룹 재직 당시, 현대그룹이 핵심 축으로 참여한 남북 경제협력 등 고인의 생애가 담긴 사진과 유품도 여럿 공개됐다.
현정은 회장은 이날 개관식 후 30분가량 전시장에 머물며 유품과 사진을 둘러봤다.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앞에서는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사진을 응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8년 10월 현대그룹이 북측과 체결한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한 합의서', 개성공단 부지를 현대아산이 임차하며 작성한 토지 이용증 등 남북 경협의 역사가 담긴 사료도 함께 전시됐다.
2000년 9월 백두산 관광사업 추진과 관련해 백두산을 답사했을 당시 쓴 친필 메모에는 "내 왜 이제 왔는가. 이 좋은 천지 산하를. 모든 우리 민족이 이 기쁨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혔다.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고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사관계에 대한 고인의 철학이 엿보이는 유품도 있다.
정 전 회장은 생전 작성한 업무노트 한 페이지에 노사문제를 "현대그룹의 취약"으로 거론하며 "임금 동종업종보다 높게 책정", "근로자들을 동등하게 인간적으로 대우"라는 메모를 남겼다.
사진전은 원칙적으로 그룹 임직원들만 대상으로 한 내부 행사지만 일반인도 희망할 경우 관계자에게 요청하면 안내를 받아 관람할 수 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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