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미착용' AI감시·처벌강화 법안 추진
히잡 미착용시 최대 10년의 징역형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이란 당국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1주년을 앞두고 히잡 미착용에 대한 인공지능(AI) 감시와 처벌 강화를 규정한 새로운 히잡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 히잡법은 히잡 미착용을 최대 3억6천만리알(약 1천105만원)의 벌금과 함께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기업주에게는 3개월 치의 사업이익을 벌금으로 부과하고 2년간 출국과 공공 행사, 사이버 활동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유명인에 대해서도 재산의 10분의 1까지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일정 기간 활동 금지와 해외여행, 소셜미디어 활동 금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히잡 단속을 위해 고정식과 이동식 카메라 등을 이용한 AI 단속 시스템 구축하고 강화해 나갈 것을 이란 경찰에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당국이 시위의 온상으로 여기는 대학과 공공장소에서의 광범위한 성별 분리도 규정하고 있다.
이란 반관영 메르 통신은 이란 당국이 고려하고 있는 새로운 히잡법은 올해 초 사법당국이 정부에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히잡법은 현재 의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운영위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의회의 문구 확정과 투표가 2달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메르 통신은 전했다.
지금까지 이란은 전통적으로 이슬람 형법 제368조를 히잡법으로 간주해 히잡 미착용 여성에게 10일에서 최대 2달의 징역 또는 5만~50만리알(약 1천500원~1만5천원)의 벌금을 부과해 왔다.
전문가들은 새 히잡법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도 히잡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대국민 경고와도 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란에서는 쿠르드계 이란인인 아미니가 지난해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붙잡혔다가 의문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당국은 시위 참가자를 사형에 처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음에도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해 12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복장을 단속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으나 끝까지 지도 순찰대를 폐지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활동 재개까지 선언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인 사남 바킬은 새 히잡법은 당국이 히잡 등에 대한 강경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자 지난해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란 정부가 아미니 1주년 때 발생할 수도 있는 혼란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법안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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