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브릭스 가입신청…중·러 세 불리기에 힘 싣나
마두로 "긍정적 결과 기대"…'대표적 반미국가' 상징성 커 귀추 관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회원국으로 둔 브릭스(BRICS)에 공식적으로 가입을 신청했다.
남미의 이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반(反) 미국' 상징성을 고려할 때, 실제 가입 승인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방영된 홍보 방송 '마두로와 함께 플러스'에서 "우리는 브릭스 그룹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제시했다"며 "세계 통합블록을 목표로 한 (브릭스) 당국이 우리 요청을 잘 고려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브릭스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마두로가 대중매체를 통해 브릭스 가입 신청 사실을 직접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는 브릭스에 대해 새로운 다극화 세계 출현을 현실화하기 위한 '역동적인 세력'이라고 평가했다. 브릭스가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브릭스 플러스(+)'를 통해 국제사회 내 힘의 균형을 촉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할 때 브릭스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며 "조만간 베네수엘라가 합류할 수 있도록 (브릭스 측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우리는 브릭스를 지원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수년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마두로 대통령이 되레 '브릭스 도우미'를 자처할 정도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된 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5월 브라질리아에서 연 양국 정상회담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존재감을 부각한 데 이어 남미 12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의 국제무대 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시에도 룰라 대통령에게 브릭스 가입 희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로서 브릭스의 역할을 강조해 온 룰라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 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쿠바·시리아·이란과 함께 미국 정부의 '대테러 비협력국'으로 지정된 베네수엘라가 브릭스 회원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국제질서 재편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에는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브릭스는 오는 22∼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5차 정상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회원국 추가 가입 등 브릭스 외연을 확장하는 사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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