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펄펄 끓는다…동물까지 보상 '폭염 보험' 눈길
국내서 농작물재해보험·폭염재해특약·시민안전보험 등 관심
일본 '열사병특화보험'…인도 '파라메트릭보험' 인기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채새롬 기자 =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시달리는 가운데 각국의 보험사들이 사람부터 동물까지 보상하는 다양한 폭염 보험 상품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보험사들이 급속한 기후 변화 시대를 맞아 기존 실손의료보험이나 종신보험 등이 아닌 날씨에 특화된 보험 상품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 벼·돼지까지 폭염 피해 보상…특화 보험 인기
1일 손해보험협회와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8건의 극심한 폭염이 발생해 7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높아질 경우 폭염 발생률이 1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해 폭염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매켄지 연구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며 2050년에는 4%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에서 폭염 피해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에는 최근 들어 폭염 피해 관련 보험 상품 문의가 2~3배 늘었으며 가입 또한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상품은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내 폭염 재해보장 추가 특별 약관, 양식수산물 재해 보험 내 고수온 원인 수산물손해 담보 특별 약관, 시민 안전 보험이다.
NH농협손해보험에서 판매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폭염, 화재 등으로 인한 농작물 및 농가 피해를 보상하며 사과, 배, 벼 등 70개 농작물이 가입 대상이다.
가축재해보험 내 폭염 재해보장 추가특별약관은 폭염으로 가축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를 보상하며 소, 돼지, 닭 등 16종이 가입 대상이다.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내 고수온 원인 수산물손해 담보 특별약관은 자연현상으로 수온이 높아져 폐사가 발생했을 때 손해를 보상한다.
시민 안전 보험은 열사병 및 일사병으로 죽거나 다쳤을 경우 보험 가입액을 보상한다. 가입 대상은 지자체라서 해당 지자체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둔 주민은 별도 절차 없이 일괄 가입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장마철이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자 관련 보험상품 문의와 가입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여름철 폭염 관련 보험 상품이 더 다양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본엔 열사병보험 인기…인도는 파라메트릭보험 급부상
일본에서는 지난해 4월 보험업계 최초로 열사병 특화 보험을 스미토모생명이 출시했다.
이 보험은 1일 100엔(약 900원)으로 보험계약자가 보험 기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며 지난해 6월 말 폭염이 발생하면서 그해 6월 29일부터 사흘간 6천건 이상의 열사병 보험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손포 재팬은 23세 미만만 가입할 수 있던 열사병 입원 및 사망 환자 상해보험 특약을 지난해 7월부터 전 연령대로 확대했다.
올해 6월 도쿄해상은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와 제휴해 열사병으로 입원할 경우 입원 보험금 지급과 의료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를 일본 최초로 출시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5월 록펠러재단이 소액 보험 스타트업인 블루마블 및 인도 여성노동조합과 제휴해 평균 기온보다 높은 폭염 상황이 사흘 이상 지속돼 수입이 줄어들면 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을 내놨다.
염전, 폐기물 재활용업 등 다양한 직종의 인도 여성 노동조합원 2만1천명을 대상으로 하며 보험 적용 지역을 인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보험금 지급 기준이 됐을 때 일당에 해당하는 3달러를 보험 가입자 은행 계좌에 자동 입금하며 폭염 시즌에 여러 차례 보상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도 지난 5월 낙농업자를 대상으로 폭염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출시됐다. 여름철 온도와 습도가 폭염 기준에 도달하면 각 농장의 위험도와 예산에 맞춤화된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지구 평균 기온이 점차 상승해 폭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지난해 열사병 관련 보험상품이 최초 출시됐고 폭염으로 인한 노동, 농촌의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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