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부, 의회에 입법권한 위임 요청…반정부 시위 견제 포석
대통령 "범죄에 효율적 대응 필요"…법령, 의회 절차 대폭 간소화
前대통령 탄핵 반발 시위 진압 때 사상자 발생 책임론 대응용 의혹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페루에서 반정부 시위 조직 움직임이 재차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회에 입법 권한 위임을 요청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범죄와 글로벌 기후 변화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120일간 행정부에 입법 권한을 위임해 줄 것을 의회에 청한다"고 밝혔다.
페루의 입법 권한 위임은 입법부인 의회 검토 절차를 대폭 생략하는 일종의 '패스트트랙'과 유사하다.
위임 여부와 그 기간, 구체적인 위임 정도는 의회 의결을 거치게 되지만, 대체로 의회에 의해 법령 내용이 수정되지 않는다거나 입법 전 행정부의 사전 통보 의무가 면제된다는 식으로 의회에서의 절차를 간소화한다.
페루 정부는 입법 권한을 위임받으면 총 50건의 법령을 새로 내놓겠다고 공표했다. 이 중 33건은 범죄 위협 최소화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정부는 덧붙였다.
안디나통신과 정부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 등에서 생중계한 이날 연설에서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6건은 이상 기후로 인한 비상사태에 적절히 대처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나머지는 인프라 확충 및 인적자원 자질 향상 등을 위한 법령"이라고 설명했다.
페루 정부의 이번 요청은 지난해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과 구금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거센 반정부 시위 이후 최근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재점화하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페루 일간지 엘코메르시오는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대를 견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입법 권한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앞선 시위 진압 과정에서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주요 각료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실제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대량 학살(제노사이드), 살인, 중상해 등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기도 했다.
그는 시위 도중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이날 유감 표명을 하면서도 시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카스티요 탄핵 직전까지 부통령을 지낸 그는 "카스티요로부터 심각한 물질적, 도덕적, 정치적 위기에 처한 나라를 물려받았다"며 현재의 사회 불안에 대한 책임을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수도 리마에서는 대통령 퇴진과 의회 해산, 조기선거 등을 바라는 이들의 거리 행진과 시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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