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은 우리가 최고"…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놓고 '신경전'(종합)
삼성 "HBM3 시장 선두업체" vs 하이닉스 "우리가 가장 앞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최근 반도체 불황 탈출의 열쇠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놓고 서로 '선두업체'임을 과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하며 반도체 업황 회복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AI 반도체 핵심 제품인 HBM 시장 선점을 위해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여기에 마이크론도 차세대 HBM 제품 소식을 알리며 기싸움에 가세했다.
삼성전자는 2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HBM 시장 선두업체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며 "HBM3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 오퍼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8단 16기가바이트(GB)와 12단 24GB 제품을 주요 클라우드 업체 등에 제공했으며 24GB 기반 HBM3P 제품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으로, AI 시대의 필수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향후 HBM 생산 계획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며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기가비트(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고, 하반기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성 확대를 위한 공급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내년 HBM 캐파는 올해 대비 최소 두배 이상 확보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도 "AI칩은 HBM 메모리와 하나의 칩으로 패키징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며, 고객은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업체에 맡기고 싶어 한다"며 "삼성전자의 강점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공정, 메모리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이 같은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EDA(전자설계자동화), IP(설계자산), 기판 테스트 분야의 에코시스템 파트너와 함께 'MDI 얼라이언스'를 지난달 출범해 고객이 원하는 원스톱 올인원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HBM 기술에 대한 설명도 이례적으로 상세히 풀어놨다.
김 부사장은 "최첨단 NCF(논컨덕티브필름) 소재를 개발해 현재 양산 중인 HBM3 제품에 적용 중"이라며 "HBM은 고속 동작하는 특성상 발생 열을 밖으로 잘 방출하도록 칩 간극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NCF는 이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HBM 12단 제품에 칩 간극을 줄이고 서버 특성 향상에 유리한 세계 최고 7마이크로 기술을 적용해 양산 중"이라며 "12단 HBM부터 칩 휘어짐에 기인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NCF 기술은 칩 휘어짐을 용이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전날 SK하이닉스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경쟁력을 강조한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작정하고 나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도 최근 "(삼성의)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고 경쟁력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앞서 전날 SK하이닉스 콘퍼런스콜에서는 HBM 관련 질문이 쏟아지며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고객들 피드백을 보면 타임 투 마켓(빠른 시장 대응 능력) 관점,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필드 품질을 종합해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HBM 시장 초기부터 오랜 기간 동안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고 보고 있고, 이런 것을 바탕으로 시장을 계속해서 선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40%)와 마이크론(10%)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HBM 4세대 제품인 HBM3를 2021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부진으로 올해 투자를 50% 이상 축소했지만,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HBM3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업계 최초로 초당 1.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대역폭과 9.2Gb 이상의 핀 속도를 갖춘 8단 24GB HBM3 젠(Gen)2 메모리의 샘플링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이는 현재 출시된 HBM3보다 50% 향상된 것"이라며 "이전 세대에 비해 와트당 성능이 2.5배 향상됐으며 성능, 용량, 전력 효율성이라는 중요한 AI 데이터센터 지표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 세계 HBM 수요는 2억9천만GB로, 작년보다 60%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HBM 시장이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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