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악용막자'…은행권, 가상자산 실명계정 고객확인 강화
가상자산거래소에 30억원 이상 준비금 적립요구…"해킹 등 이용자 손해 시 배상"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은행들이 가상자산 실명계정이 자금세탁 등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객확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해킹이나 전산장애 등으로 이용자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할 수 있도록 거래소에 30억원 이상의 준비금 적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 및 가상자산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제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018년 가상자산 실명계정 제도가 도입됐지만 거래소(원화마켓)별 입출금한도 확대 방식 등 이용조건이 다른 데다, 적립금 수준 등 이용자보호 조치도 상이해 시장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아울러 지난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자금이 무역거래로 가장해 해외송금된 사건이 적발되는 등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이용자 보호 및 편의성 제고, 자금세탁 방지 강화를 위해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이번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은 우선 가상자산거래소가 해킹이나 전산장애 발생 시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30억원 이상의 준비금(최대 200억원)을 적립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추심 지시에 따라 이용자 계좌에서 거래소 계좌로 자금이체 시 전자서명인증 등 추가인증을 통해 이용자의 거래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다.
1년 이상 입출금이 없는 이용자 계좌에 대한 추심이체를 제한하고, 이용자 계좌를 한도계정과 정상계정으로 구분해 입출금 한도를 구분하기로 했다.
지침은 또 실명계정 관련 자금세탁 방지 기준 및 절차의 내실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은 실명계정 이용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1년마다 강화된 고객확인(EDD)을 실시하기로 했다.
EDD는 이용자 신원정보에 대한 확인 및 검증뿐만 아니라 거래목적과 자금원천 등에 대한 추가정보를 확인한다.
아울러 은행은 거액출금 등 고위험 실명계정 이용자로부터 가상자산 거래내역 확인서, 재직증명서 등을 제공받아 거래목적과 자금원천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실명계정 입출금이 복잡하거나 규모가 큰 경우, 또는 비정상적 형태 등에 해당할 경우 의심거래보고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지침은 이용자 예치금 보호 강화 차원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별도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은행은 매 영업일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직전 영업일 예치금 현황을 제공받아 은행 자료와 비교·확인할 계획이다.
또 월 1회 이상 가상자산거래소 사무시설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분기별로 거래소로부터 예치금 구분·관리실태에 대한 외부기관 실사결과를 제출받아 확인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업무절차 마련,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이같은 지침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거래소 이용자 보호를 위해 준비금 적립은 오는 9월부터 조기 시행하고, 입출금한도 확대 기준·절차는 전산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 내년 3월께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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