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한국전쟁 참전 정당화…"정의·평화·인민의 승리"
인민일보, 정전 70주년 맞아 4면에 6천자 분량 논평 실어
환구시보 "미국, 한국전쟁 교훈 배우지 않으면 계속 고통받을 것" 주장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관영매체들이 27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잇따라 논평을 쏟아내며 자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정당화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신문 4면에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항미원조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논평을 실었다.
중국은 자국군이 참전해 한국군과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다.
인민일보는 6천자 분량의 논평에서 "2년 9개월에 걸친 항미원조전쟁에서 중국인민지원군은 조선인민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을 물리치고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위대한 승리는 중국 인민이 일어서서 세계 동방에 우뚝 선 선언문이자 중화민족이 위대한 부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로, 중국과 세계에 커다란 의의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대한 승리는 중화민족의 역사책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고, 인류의 평화·발전·진보의 역사책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출병하지 않았다면 동북아는 전선이 돼 영원히 평안한 날이 없게 되고 평화·발전의 국내 환경을 보장하기 어려우며 국제정치와 세계평화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러면서 "70여년 전 인민군대(중국군)는 정의를 위해 의연하게 출정했고, 70여년 후 인민군대는 정의를 위해 언제든 출정할 준비가 돼 있다"라거나 "70여년 전 초라한 무기를 든 지원군은 침략자들을 물리쳤고, 70여년 후 현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인민군대는 선대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고 썼다.
아울러 신문은 "항미원조전쟁 승리 70년 동안 평화와 발전의 길을 견지한 중국 인민은 각국 인민과 함께 인류의 평화와 발전의 아름다운 미래를 창조하고 있다"며 "항미원조전쟁의 승리를 쟁취한 인민군대는 당과 인민의 신뢰를 받는 영웅 군대로, 국가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할 자신과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수주의 성향의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환구시보는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지역 분쟁 중 하나로 미군 역사상 가장 큰 패배로 여겨지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잊혀진 전쟁이 됐다"며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한국전쟁에서 완전히 잘못된 교훈을 얻어 오늘날 미국의 외교정책을 잘못 이끌어 위기를 선동하고 도발하며 심지어 전쟁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미국을 향해 한국전쟁을 통해 지역 강대국의 안보 우려 존중, 다른 나라의 문제에 간섭하려는 생각 자제, 중국의 조국 수호 의지 과소평가 금지 등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것을 배우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금과 한국전쟁 당시의 가장 큰 차이는 중국의 힘이 세졌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안보 이익과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결과는 의심할 여지 없이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옌윈러우 상하이사범대 마르크스주의대학 교수는 상관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마르크스주의 정당의 독특한 특성은 중국 공산당이 국내 혁명전쟁에서 승리하고 항미원조전쟁에서 적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지도력을 보장했다"며 "항미원조전쟁에서 상대는 인류역사상 새로운 유형의 정당, 새로운 유형의 정치 지도력과 대결했으며 그 전투력은 상대방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미원조전쟁의 험난한 과정과 승리의 깊은 뜻을 명심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업을 끊임없이 전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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