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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고삐 죄는 러시아…이번엔 저명 좌파 사회학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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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고삐 죄는 러시아…이번엔 저명 좌파 사회학자 체포
작년 10월 크림대교 폭발 관련 글로 '테러리즘 정당화' 혐의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저명한 좌파 사회학자인 보리스 카가를리츠키를 '테러리즘 정당화' 혐의로 체포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명한 마르크스 사상가이자 소련 시절 반체제 활동가였던 카가를리츠키는 지난해 10월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발생했을 때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뒤늦게 문제가 돼 지난 25일 체포됐다.
WP는 해당 게시물이 전쟁 비판을 엄격히 금지하는 러시아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표현을 썼으며, '크림대교가 공격받아 군 보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카가를리츠키는 FSB가 이 게시물에 대해 테러리즘을 정당화한다고 규정한 뒤 체포됐고, 이날 법정에서 2개월 구금 명령을 받았다. 지금은 모스크바에서 약 1천300㎞ 떨어진 북부 식팁카르로 이송된 상태다.
카가를리츠키는 "나에 대한 혐의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것이 정치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10월에 올린 글로 체포된 것에 대해 "이미 인터넷에 다 퍼져 있는 데도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데 10개월이 걸렸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WP는 이미 수많은 인권운동가와 정치인, 언론인들이 체포됐지만, 카가를리츠키의 체포로 러시아 지식인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친정부 분석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도 텔레그램에 "중대한 정치적 실수"라며 카가를리츠키의 체포를 비판했다. WP는 "전쟁을 옹호하는 진영에서 반전 인사 체포를 비판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마르코프는 "카가를리츠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러시아 정치인이자 좌파 전문가일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그를 감옥에 보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가를리츠키는 소련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집권 시기에 반체제 활동을 하다가 '피의 숙청' 본거지로 악명 높았던 레포르토보 감옥에서 1년간 복역했고, 2007년에는 좌파 싱크탱크인 '세계와 연구와 사회운동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2018년 러시아 법무부에 의해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국대행사(foreign agent)로 지정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던 카가를리츠키 본인도 2022년 5월 외국대행사 낙인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이후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는 반정부 활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가를리츠키가 체포되기 불과 며칠 전에는 민족주의 성향 군사 블로거인 이고르 기르킨이 '극단주의 조장' 혐의로 체포됐다.
FSB 출신인 기르킨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친러 반군을 조직하는 등 전쟁을 지지해온 인물이지만, 지난 18일 텔레그램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체포됐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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