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 우크라행 선박, 군사화물 운반선으로 간주" 으름장
푸틴 "서방, 흑해곡물협정을 정치 협박에 이용"
백악관 "러, 민간 선박 공격 후 우크라 비난 가능성" 경고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가 20일(현지시간)부터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가는 화물선을 잠재적인 군사 화물선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시각으로 7월 20일 0시부터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으로 군사 화물을 실은 적대적인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그러한 선박의 기국(선박이 등록된 나라)은 우크라이나 정권 편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할 수 있게 한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지난 17일을 기해 만료된 상태다. 러시아는 자국의 식량과 비료 수출 보장에 관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협정을 중단했다.
지난해 전쟁 초기에는 군함들이 흑해 항구를 차단하고 있었으며,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흑해를 지나는 선박이 전쟁에 사용될 군사 화물을 운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가 시행됐다.
러시아의 협정 파기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을 계속 시도하겠다면서 국제해사기구(IMO)에 "권장 해상 경로를 임시로 구축하기로 했다"고 전달했다.
러시아 국방부의 반응은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조치 이후 나온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군사 화물선으로 간주된 선박에 어떤 조치를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이 파기된 이후 우크라이나가 흑해의 곡물 회랑을 전투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18∼19일 이틀 연속으로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를 공격했다.
러시아군은 성명에서 오데사 인근의 우크라이나군 시설들과 연료 시설, 탄약 창고 등을 야간 공습으로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으로 수출 대기 중인 곡물 6만톤(t)이 파괴됐다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고의로 흑해곡물협정 기반 시설을 타격했고, 모든 러시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정상적이고 안전한 삶을 원하는 세계의 모든 이들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화물선의 안전한 통과를 보장할 수 있도록 튀르키예, 불가리아 등 흑해 주변의 다른 나라들이 군사 순찰을 하는 등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협정 중단으로 아프가니스탄 등 식량 부족 국가를 포함한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회의에서 "서방이 흑해곡물협정을 '정치적 협박'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세계 곡물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투기꾼의 배를 불리는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협정 참여를 위해 동의한 모든 원칙이 완전히 이행되는 경우에만 협정 재개를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흑해의 민간 선박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애덤 호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 접근로에 추가 기뢰를 매설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이는 흑해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고 이를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기 위한 조직화된 노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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