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폭염에…1시간째 안 잡히는 伊 로마 택시, 이유 있었네
로마 택시 7천800대 남짓…런던·파리의 절반에도 못 미쳐
살비니 부총리, 19∼20일 택시업계 대표들 만나 해결책 모색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요즘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선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며 택시 수요가 폭증했지만, 택시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전날 오후 1∼3시, 로마 중앙역인 테르미니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수십명이 줄지어 택시가 오기를 기다렸다.
폭염으로 인해 택시 이용자가 늘었지만 이들은 땡볕 아래 1시간 이상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토리노에서 온 페데리카 카리니는 "유럽의 수도인 로마 같은 도시에 적절한 택시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관광객인 오웬 라이언은 "두 아이가 어리고 날씨가 더워서 보르게세 공원에 가려는데, 택시가 오지 않는다"며 "택시 서비스가 로마 같은 대도시에 걸맞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지친 일부 관광객은 신호등에서 기다렸다가 잠시 정차한 택시를 잡는 모습도 보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로마 시민들 사이에서도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프란체스코 프리올로는 "업무 약속이 있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택시 앱 등으로 택시를 예약하려고 했지만, 택시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일라리아 카푸아 전 하원의원은 테르미니역 앞 택시 승강장에 길게 늘어선 줄을 가리키며 "로마는 이런 식으로 관광객을 환영한다.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로마의 택시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로마에는 택시가 7천800대 남짓이다. 여기에 개인임대차량이 1천대 정도 더 있다.
반면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는 택시 1만9천대, 개인임대차량이 9만6천대가 있고, 프랑스 파리에는 택시 1만8천500대, 개인임대차량이 최소 3만대가 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는 택시 면허 발급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택시 기사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인해 이 계획은 무산됐다.
이탈리아에도 미국 자동차 공유 플랫폼 우버가 진출해 로마, 밀라노에서 영업 중이지만 현재는 비싼 요금이 부과되는 '우버 블랙'만 이용할 수 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19∼20일 로마 택시업계 대표들과 만나서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로마에는 택시가 최소 1천대 이상 더 필요하지만, 경쟁이 늘어나면 수입이 줄어들 게 뻔하기에 택시업계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