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크림대교 폭파' 보복…곡물협정 중단하고 흑해 곡물항 공습(종합)
푸틴 "보복" 경고 직후 드론·순항미사일로 우크라 곳곳 타격
"러, 동북부 리만-쿠피안스크에 10만 병력 집결 중"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김동호 기자 = 러시아가 18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 거점인 오데사 항구를 비롯, 남부와 동부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전날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줬던 흑해곡물협정의 만기 연장을 거부한 데 이어 주요 곡물 수출항에 미사일을 날리는 등 일련의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이날 새벽 무인기(드론)와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공습을 가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 메시지 앱을 통해 남부 오데사 항구와 미콜라이우·헤르손·자포리자,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동부 도네츠크 등지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중부 폴타바와 체르카시·키로보흐라드·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과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흑해에 있는 오데사항은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에서 수확한 곡물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관문이지만, 이곳에서 나온 곡물 수송선은 러시아 흑해함대가 위치한 세바스토폴 등 크림반도 코앞을 가로질러야 한다.
러시아는 전날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며 항행 안전보장을 철회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텔레그램에서 이날 러시아의 공격을 두고 "테러 국가가 4억명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기를 원한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오데사 지역의 군사 행정 책임자인 올레흐 키페르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맞서 관내 방공시스템이 가동됐다고 전했다. 군은 오데사 일부 민가와 항구 기반시설이 파괴됐으나,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상공에서 미사일 6발과 드론 31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오데사 등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내 몇 개 주에서 공습경보가 발령됐다면서 미콜라이우주와 오데사주에선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날 공습은 전날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 사건을 우크라이나 측의 테러 공격으로 규정한 러시아가 보복 차원에서 수행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 뒤 소집한 긴급 대책회의에서 "당연히 러시아 측의 대응이 있을 것이다. 국방부가 적합한 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키이우 정권의 또 다른 테러 행위"라면서 "크림대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군사 수송에 이용되지 않았기에 교량 폭파는 군사적 의미가 없는 명백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앞서 17일 새벽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에서 정체불명의 폭발이 일어나 교량 일부가 파손되면서 통행이 중단됐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로 병합한 땅이다.
러시아 대테러위원회(NAC)는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수중 드론 2대로 크림대교를 공격했고, 이로 인해 성인 2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이 다쳤다면서 해당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일부 우크라이나 매체는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과 해군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북부 리만-쿠피안스크 지역에 러시아군이 대거 집결해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돈바스 지역 중에서도 주요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세르히 츠헤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17일 현지 방송을 통해 "적이 10만명 이상의 병력과 900대 이상의 탱크, 370대 이상의 다연장로켓을 리만과 쿠피안스크 주변에 집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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