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든 中 농촌 고속철역 완공 8년째 미개통…"운영하면 손실"
"하루 승객 100명 밑돌아 개통하면 연간 9억대 적자"…과잉투자 논란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70억원을 들여 건설한 중국 고속열차역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년째 개통을 미뤄 과잉 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성 단저우시의 농촌인 하이터우진에 건립된 고속철역이 완공된 지 8년 가까이 지났지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하이난성 순환 고속철도의 서부 구간이 2015년 12월 개통됐지만, 이 구간에 속하는 하이터우역은 지금까지 개통을 미루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연면적 2천㎡)로 건립된 이 역 건립에는 4천159만위안(약 73억4천만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단저우시는 2017년 "하이터우역을 개통하면 이 일대 주민 11만명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역의 조기 개통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지 철도 당국은 승객 수요가 적어 이 역을 운영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며 개통을 미뤄왔다.
철도 당국은 "인근 농촌지역에 건설해 운영 중인 푸산, 젠펑, 인탄 등 고속철역 이용객이 하루 100명을 밑돈다"며 "하이터우역은 이들 역보다 더 외진 곳에 있고 접근성도 떨어져 이용객이 더 적을 것"이라며 "개통하면 연간 500만위안(약 8억8천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이난성 교통운수국은 2021년 인민대표대회 대표들에게 "철도 당국에 여러 차례 조기 개통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개통하려면 단저우시가 손실 충당 보조금으로 매년 500만위안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완공된 윈난성 청장시 양쭝진의 고속철역도 지금껏 개통되지 않아 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역을 관할하는 중국철도그룹 쿤밍유한공사는완공된 지 작년 11월 "이 일대 유동 인구의 교통수단 의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분간 개통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말 기준 총연장이 4만㎞를 넘어서며 전 세계 고속철도 총길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고속철도 추가 건설에 의욕을 보여왔다.
2025년까지 고속철 총연장을 5만㎞로 늘려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의 주민 95%가 고속철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하고, 2035년까지는 7만㎞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 7월에는 베이징에서 후베이성 우한까지 1천200㎞를 운행하는 내륙 종단 고속철도와 충칭∼허난성 정저우 간 1천68㎞를 횡단하는 고속철도 전 구간이 개통되기도 했다.
고속철도 확충은 주민 교통편의 제공과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데 다 지방정부들의 무분별한 '치적 쌓기용' 개발이 겹치면서 운영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애물단지 역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철도 당국의 채산성도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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