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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잃는 정치 풍자…美 퓰리처상 수상 만평가 3명 동시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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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잃는 정치 풍자…美 퓰리처상 수상 만평가 3명 동시 해고
미 언론 기업 매클래치 "더 이상 시사만평 게재 안 해" 선언
경제적 요인 더해 정치인들 눈치 보기…"소통하지 못하는 신문사의 위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마이애미 헤럴드 등 미국 내에서 30개 신문사를 소유한 언론 기업 매클래치가 퓰리처상을 받은 만평가 3명을 한꺼번에 해고해 미디어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적 의사 표현에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 탓에 만평가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매클래치는 지난 11일 미 시사만평가협회장이자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비'의 만평가인 잭 오만, 켄터키 '렉싱턴 헤럴드 리더'의 조엘 펫,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옵서버'의 케빈 사이어스 등 3명을 해고했다.
오만과 사이어스는 정규직, 펫은 프리랜서로 각 신문사에서 만평을 그려왔다.
매클래치는 성명에서 "더 이상 시사만평을 게재하지 않겠다"며 "독자들의 습관이 달라지고 있는 데다, 우리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지역사회에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역 뉴스와 정보를 집중적으로 제공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만은 AP에 "사전에 아무런 경고가 없었기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 언론계에서 시사 만평가들은 역사적·정치적 족적들을 종종 남겼다.
만평계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19세기 후반의 토머스 나스트는 당나귀를 미국 민주당의 상징으로, 코끼리를 공화당의 상징으로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허버트 블록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까지 몰고 간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뒷받침했고, 그에 앞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공산주의 마녀사냥을 빗댄 '매카시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만평가들의 역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허버트 블록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 초 신문사에 고용된 만평가 수는 약 2천명이었으나 오만은 현재 이 숫자가 20명 미만일 것으로 추정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도 전임 만평가 수가 감소함에 따라 시상 부문을 '일러스트레이션 보도 및 논평'으로 바꿨다.
전문가들은 많은 신문사가 폐간될 정도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업계에서 경제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지만, 소심함 역시 만평가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전보다 정치인들 눈치 보기가 더 심해졌다는 취지다.
펫은 한 예로, 자신이 켄터키주 법무장관이자 공화당 주지사 후보인 대니얼 캐머런과 신경전을 벌이자 그의 상사가 캐머런에 대한 만평을 아예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특정 모습은 그리지 말라는 등 일련의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타임스의 전 편집장 팀 니켄스는 "지금 같은 정치적 환경에서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도발적인 만평가라면 매일 누군가를 화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펫 역시 "저를 해고한 사람에게 '공짜로 해줄게요'라고 말했어도 그들은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이런 현상이 비단 만평만의 문제는 아니며 점점 오피니언 면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개 이상의 신문사를 보유한 미국 최대 신문기업 '개닛'은 지난해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오피니언 면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니언 면 자체가 많이 읽히지 않는 데다, 설문조사 결과 독자들은 설교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만큼 신문 지면의 필요성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데일리 만화가'의 블로거인 마이크 피터슨은 "이것은 특별히 만평의 위기가 아니다"라며 "지역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신문사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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