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문화대사 태순 버제스 "韓이민사·정체성 다룬 작품 내놓을것"
1903년 최초 美이민자 후손…하와이 농장 노동 등 다룬 3부작 내년 공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한국계 안무가 대나 태순 버제스(55)가 미국의 한인 이민사와 아시아계 정체성에 관한 작품을 내놓는다.
버제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자서전 '치노, 그리고 나비의 춤' 북콘서트를 계기로 몇몇 특파원들과 만나 "아시아계 미국인 디아스포라와 한국계 미국인들의 경험에 관한 새 작품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일랜드·스코틀랜드·독일계 미국인 부친과 한인 2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버제스는 지난 2016년 미 스미스소니언 협회 최초의 상주 안무가로 선정되고, 미 국무부 문화대사로 20년 넘게 활약 중인 저명 현대무용가다.
그는 "1903년 증기선 갤릭호를 타고 미국(하와이)에 온 첫 번째 한국인 이민자들이 바로 내 가족"이라면서 "3부작짜리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중 하나는 당시 한국계 미국인들의 농장 노동 경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 직전에 미국행 증기선을 탄 최초의 한인 이민자들이 하와이의 농장에서 겪은 고초와 정착 과정을 새 작품에 녹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버제스는 "모친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신발도 신지 못하고 농장에서 일했다고 한다"며 "지난 2003년 한국계 이민 100주년을 기념할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아 조상들에 대해 연구하고 그들의 농장 노동 경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진 것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인 이민사뿐 아니라 필리핀계 이민자들과 멕시코계 농장 근로자들의 이야기,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일본인 강제수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머지 2부작에서 다룰 예정이라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것, 조직적 인종차별에 관한 것을 다룬다"라고 전했다.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에서 자란 버제스는 "내가 살던 동네는 일본인 강제수용소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졌다"면서 "8살 때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난 공포와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버제스는 덧붙였다.
한국계와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관해 다룬 새 3부작은 내년 봄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무대에 올린다고 버제스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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