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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쿠데타는 없다"는 태국 군부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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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쿠데타는 없다"는 태국 군부와 민주주의
총선승리 야권 후보 피타, 총리 도전 좌절 위기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지난 5월 태국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총리 후보로 나선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게 기자들이 "총리가 되지 못하면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쿠데타가 마지막이라고 오래전에 이미 말했다"며 "다시는 쿠데타가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뒤 9년간 태국을 통치해온 군인 출신이다.
총선 직전 현 육군참모총장도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강조했다.
태국에서는 사회 혼란의 기미가 보이면 쿠데타설이 퍼진다. 기자들은 군부에 쿠데타에 대한 질문을 서슴없이 던진다.
그만큼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고 군의 정치 개입이 일상화된 나라가 태국이다.
물론 군이 쿠데타 계획이 있다고 할 리 만무하다. 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답한다.
태국 현대사는 쿠데타의 역사이기도 하다.
쿠데타가 숱하게 일어난 탓에 정확한 횟수를 꼽기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19차례 쿠데타가 일어나 12번 성공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2000년대 들어서도 두 차례 쿠데타가 발생했다.
2006년 쿠데타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실각했다. 군부는 2014년에도 쿠데타를 일으켰다. 2019년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치렀지만, 군부 정권이 연장됐다.
군부는 총선에 앞서 군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상원 의원들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도록 개헌해 집권 연장을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당시 만든 규정이 이번 총선까지 적용돼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5월 14일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 등 과감한 개혁 정책을 내세운 진보정당인 전진당(MFP)이 제1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40대 초반의 젊은 정치인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있다.
전진당을 비롯한 야권 8개 정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하고 피타 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13일 상·하원 합동 총리 선출 투표에서 피타 후보는 과반 지지 획득에 실패했다.
하원에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했으나, 군부가 장악한 상원에서는 249명 중 13명만이 피타에 찬성표를 던졌다.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진 불공정한 표 대결이었다.



이미 총선 이후부터 왕실과 군부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이 피타 대표가 총리가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군부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의회 투표 결과는 그들의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공교롭게도 투표 전날 선관위와 헌법재판소도 움직였다. 선관위가 피타 대표의 미디어 주식 보유 의혹을 헌재에 회부했다. 헌재는 피타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의 위헌 여부도 심리하기로 했다.
지지자들은 전진당이 전신인 퓨처포워드당(FFP)의 운명을 따르는 것 아닌지 우려한다. FFP의 타나톤 중룽르앙낏 대표는 2019년 총선 이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당도 정당법 위반으로 해산됐다.
한 정치학자는 "피타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작아졌다"면서 "태국에서는 어떤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회 2차 투표가 예정돼 있어 피타 대표가 기적적으로 반전을 일으킬 기회는 남아 있다. 설사 전진당이 집권하지 못한다고 해도 지난 총선이 태국 민주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국민들은 또다시 정치적 혼란을 겪고, 태국 사회는 큰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과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세력이 집권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법치주의라고 보기 어렵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탱크가 진격하는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곧 민주주의의 실현을 뜻하지는 않는다. 민주적인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태국의 정치 현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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