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으로 게임 주목하는 오일머니…한국 기업 투자 잇따라
사우디 국부펀드, 넥슨·엔씨소프트 지분 확대 추세…e스포츠 투자도 늘려
UAE, 위메이드·네오위즈홀딩스와 블록체인 협력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대표적인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게임·e스포츠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한국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지난달 말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 주식 632만2천500주를 매입, 지분율을 10.23%까지 확대했다.
PIF는 지난해 2월 8억8천300만 달러(약 1조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넥슨 지분 5.02%를 확보했다.
이후 PIF는 지속해서 추가 매입을 통해 넥슨 지분율을 높여왔고, 이번 지분 확보를 통해 넥슨 그룹 지주회사인 NXC(28.6%)와 그 자회사인 NXMH(16.8%), 일본 마스터 트러스트 신탁은행(12%), JP모건(10.3%)에 이어 4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PIF는 비슷한 시기 코스피 상장 게임사 중 시가총액 2위인 엔씨소프트 지분도 매입해 지분 9.3%를 확보, 김택진 대표(지분율 11.9%)에 이은 2대 주주다.
PIF는 작년 초 투자 이후 잇단 주가 변동에도 지분율을 계속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2019년 한때 엔씨소프트 지분을 12.6%까지 확보해 최대 주주까지 올라섰던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율을 계속 축소해 올해 기준 6.3%까지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평소 비디오 게임과 스포츠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PIF는 2020년경부터 닌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캡콤, 테이크투 등 글로벌 유명 게임사의 지분을 잇달아 확보했다.
아시안게임(AG) 정식 종목 채택에 이어 올림픽 종목화까지 노리고 있는 e스포츠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PIF는 작년 9월 산하 '새비 게임스 그룹'을 통해 e스포츠 산업에 2030년까지 54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동의 e스포츠 산업 성장세 속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국내 게임사는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이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국제대회 '2023 PMWI'를, 다음달 '배틀그라운드' 국제대회 'PUBG 글로벌 시리즈 2'를 모두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크래프톤은 작년에도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이 주최하는 '게이머스 에이트' 행사와 연계, 리야드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투자를 통해 직접 지분을 늘린다면, UAE는 해외 기업을 자국 내로 유치하며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위메이드와 네오위즈홀딩스는 UAE에 법인을 설립한 대표적인 국내 게임·블록체인 기업이다.
위메이드는 현지에 '위믹스 MENA'를, 네오위즈홀딩스의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플라이는 'H 랩'을 각각 설립했다.
네오플라이는 최근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의 '혁신 프로그램' 지원 기업에 선정돼 각종 규제, 비용 등에서 포괄적인 비금융 지원을 받기로 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의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영업이 불법이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블록체인 기업들이 중동 기업의 '러브콜'에 새로운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발간한 '2022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중동 권역 국가(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UAE, 카타르)는 한국 게임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 권역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당 지출 금액은 카타르가 평균 76.2달러, 아랍에미리트(UAE)가 69달러로 나타나 전체 국가의 평균 이용 금액 38.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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