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 무산되나…"장관 의지 아닌 절차 밟아 결정돼야"
전문가들 제언 이어져…"김해신공항→가덕도신공항 변경처럼 국회가 결정해야"
노선 원안-대안 비교분석·주민의견 청취·교통분석·공청회 필요성 제기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실제로 무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국토부 주관이므로 형식상 사업 취소는 가능하지만, 국책사업인 만큼 사업 취소와 같은 중대한 변경 시 일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교통·행정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적 논란으로 급작스럽게 중단되는 상황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최적의 노선을 찾으려는 합리적인 논의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의사 결정자는 국토부 장관이므로 장관의 의지에 따라 (백지화를) 하려면 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석연찮은 행동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만일 장관의 말 한마디로 사업이 취소된다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등 절차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마저 제기된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장관이 한다고 하면 하고, 안한다고 하면 안하는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역학관계가 있어 학술적,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이슈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국책사업인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고 부산 가덕도신공항으로 변경된 과정에서 참고할 지점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고 부산 가덕도신공항으로 변경된 과정에는 국회 의결이 있었다"며 "주무 부처 장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민주적 과정을 거쳐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을 위해 기존의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하는 형식(김해신공항)으로 추진이 결정됐다. 이듬해 예타를 통과해 법적 요건을 갖췄지만, 이후 건설 비용이 과다하고 접근성 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제정되며 2021년 2월 백지화됐다.
이번 사업을 백지화하려면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법정 계획인 국가도로망종합계획과 하위 계획인 고속도로 건설계획의 변경과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에서 중점 사업으로 지정된 사업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지는 기반시설은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거나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며 "정책이 확정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데, 백지화한다는 것은 국가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런 국가 계획은 국토부가 장기적으로 수립하는 계획인데 이를 무시한다면 국토부가 스스로 존재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대신 합리적 절차를 거쳐 고속도로 노선을 확정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경우 교수는 "지금이라도 국토부가 교통연구원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대안 노선에 대해 예타에 준하는 수준으로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본 노선 예타는 이미 마쳤고, 자료를 업데이트만 하면 되니 비용이나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국 교수는 "지역 주민 의견을 듣고, 전문가의 교통 분석, 환경영향 분석 등을 통해 최적 노선을 찾아가면 된다"며 "국토부에서 지금까지의 절차적 과정이 미진했음을 인정하고, 야당이 내는 의견 등도 반영해 전문가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장관이 말한 백지화와 관련해 실제 행정적 조치를 하는 부분은 검토 중이며, 사업 추진은 일단 중단된 상태"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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