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쉬인, '강제노동' 의혹에 美로비 강화…전 부통령 아들도 고용
美연방정부 관리 출신 8명 로비스트로…"미국 증시 상장 준비" 관측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인터넷을 기반으로 미국 패스트패션 업계를 장악했으나 강제노동 의혹을 받는 중국 온라인 패션기업 쉬인이 미국 정계 로비를 위해 8명의 전직 미 관리를 로비스트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에는 댄 퀘일 전 부통령의 아들 벤저민 퀘일도 포함됐다. 댄 퀘일은 1980년대 후반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냈다.
미 정치권에서 고강도 퇴출 압박을 받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현지에서 로비에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쉬인도 가세한 모양새다.
홍콩 명보는 12일 미국의소리(VOA)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쉬인이 지난 1년간 미국 정계 로비 비용으로 50만 달러(약 6억5천만원)를 썼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쉬인은 미국 로비업계 2위 회사인 에이킨 검프 소속 로비스트 5명과 중소 규모의 HHQ 소속 3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에이킨 검프가 쉬인의 로비회사로 등록된 시점은 지난해 9월 1일이다.
8명의 로비스트는 모두 미국 연방정부 근무 경력이 있고, 그중 다수는 의원 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가장 주목받는 로비스트는 벤저민 퀘일로, 그는 2011∼2013년 애리조나 하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미 로비업계 전문가 벤 프리먼은 VOA에 "모든 로비스트가 동급이 아니다"라며 "벤저민 퀘일은 특별하다. 전직 부통령의 아들이자 하원의원 출신인 그는 정가에서 유명해 다른 일반적 로비스트보다 더 많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중국 난징에서 창업한 쉬인은 저가 의류를 내세운 패스트패션 사업을 통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쉬인의 기업 가치는 1천억 달러(약 129조원)로 다른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H&M과 자라의 기업 가치를 합한 것보다 높게 평가됐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쉬인이 패션에 더해 다른 상품도 취급하며 아마존처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미국 이외 유럽 등지에도 진출한 쉬인은 지난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며 '중국 기업'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현지시간) 쉬인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위해 최소 3곳의 투자은행과 작업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의원들과 시민단체 등에서 쉬인이 중국 내 강제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상장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쉬인은 특히 서방으로부터 인권탄압 의혹을 받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된 면화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이 회사는 신장 지역으로부터 공급받는 물자가 없으며 강제 노동에 무관용으로 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쉬인은 또한 디자인 도용 의혹, 공장 노동자 혹사 의혹 등도 받고 있다.
이에 최근 인플루언서들을 중국 광저우 공장으로 초청해 "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홍보를 펼치기도 했다. 다만 해당 행사는 인플루언서들이 돈을 받고 쉬인의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는 비판을 낳았다.
또한 패스트패션 자체가 자원 낭비,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는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 미국에서는 쉬인을 문 닫게 하자는 '셧다운 쉬인'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 캠페인은 쉬인이 개인 정보 유출 등으로 국가 안보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쉬인이 강제 노동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로비업계 전문가 프리먼은 "쉬인 같은 외국 기업이든 혹은 외국 정부든 비판이 제기된다 싶으면 그들은 미 의회나 미 정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해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도록 만들고자 노력한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수십억 달러를 지키고자 수백만 달러를 (로비 비용으로) 기꺼이 지출한다"고 분석했다.
명보는 "틱톡은 미국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1억달러(약 1천294억원)의 로비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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