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칠레 교육장관 탄핵 위기…野 의원 "그는 변태"
표면적 사유 '학력 저하·의원 인격모독'…대통령 "혐오 안 돼"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칠레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 나라 첫 '성소수자'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한 야당 의원이 "그는 변태"라는 혐오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등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칠레 하원은 11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2일 오전 10시 본회의에서는 교육부 장관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결정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37)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3월 11일부터 칠레 교육부 수장을 맡고 있는 마르코 안토니오 아빌라(45) 장관은 알렉산드라 베나도(47) 전 체육부 장관(2022년 3월∼2023년 3월 재임)과 더불어 칠레 역사상 첫 '공개 성소수자' 각료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간 장관질의 등 과정에서 기독사회당을 비롯한 야권 진영의 주공격 대상으로 시달리던 그는 급기야 지난 3월 비비아나 델가도(49) 하원 의원(당시 녹색생태당 소속)과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집권당에 우호적이었던 녹색생태당은 이후 정부와 등을 졌고, 델가도 의원은 탈당했다.
또 이 일을 계기로 야권에서는 '의원에 대한 인격모독'과 '학생 학력 저하'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아빌라 장관을 탄핵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칠레 상·하원은 모두 여소야대 국면이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추진한 무책임한 정치적 공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칠레 성소수자 단체 역시 야권을 성토하고 있다.
여당은 특히 일부 야당 의원들이 스스로 교육부 장관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실제 우파인 국가개혁당(RN) 출신 마리아 루이사 코르데로(80) 하원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 '엘콘키스타도르' 인터뷰에서 아빌라 장관을 "변태", "아픈 뚱보", "메스꺼운 자"라는 표현으로 지칭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보리치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탄핵은 각료에 대한 합법적인 견제 수단"이라면서도 "불행히도 아빌라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은 성소수자 혐오로 귀결된다"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러면서 "(성소수자 혐오는) 우리 사회에서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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