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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또 외교 승부수…스웨덴 딴지 막판 철회로 실리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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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또 외교 승부수…스웨덴 딴지 막판 철회로 실리 챙겨
나토 가입 청신호 대가로 美·스웨덴 등으로부터 양보 얻어낸 듯
F-16 튀르키예 수출 보류했던 美의회, 입장 선회…"내주 결정"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어깃장을 놓으며 마지막까지 '밀당'을 벌인 튀르키예가 결국 F-16 전투기 확보를 비롯한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철회한다는 외교적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3자 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당일 오후까지만 해도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선결 조건으로 거론하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또다시 막아설 것처럼 행동하다가 막판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상당한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회담후 발표된 공동 보도자료에는 튀르키예가 자국에 대한 테러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쿠르드민병대(YPG)와 쿠르드민주연합당(PYD),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동지였으나 지금은 정적이 된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따르는 조직이라는 페토(FETO)를 스웨덴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 재확인됐다.
또 튀르키예와 스웨덴이 대테러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는 내용과 스웨덴의 가입이 마무리되는 대로 나토가 '대테러 특별조정관' 직책을 신설해 양국 간 협력을 뒷받침할 것이란 내용도 담겼다.
스웨덴은 튀르키예에 대한 EU의 무역장벽을 낮추고 튀르키예인이 보다 쉽게 EU를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장 원했던 성과는 미국 의회의 반대로 좌초될 위기였던 200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F-16 전투기 현대화 및 추가구매 사업을 확정 짓는 것이었던 걸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튀르키예와 스웨덴, 나토 모두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F-16 구매와 관련해) 미국과 이면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가 당장은 명확하지 않다"고 적었다.
튀르키예는 과거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미국의 전투기 판매 금지 대상에 올랐다. 튀르키예 전투기가 이웃 국가인 그리스 영공을 침범하며 영유권 분쟁을 벌인 것도 문제가 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후 오랜 군사중립 정책을 폐기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튀르키예가 거부권을 행사하자 F-16 판매라는 당근을 제시했으나 미 의회의 반대로 보류된 상황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그간 튀르키예에 F-16을 수출하는 데 반대해 온 미국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가능하다면 다음 주 중으로 (F-16 판매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WP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동맹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에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지도자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하면 입장을 완화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패턴이 또다시 재연됐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 전략은 그가 (언론) 헤드라인을 독점하고 양보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모든 헤드라인이 튀르키예를 예측할 수 없을지언정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독립적인 '파워브로커'로 내세우려는 에르도안의 노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 내부에선 "(튀르키예의) 협박이 끝이 없다"는 불평과 함께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합의를 뒤집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찬성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으나 스웨덴에서 쿠란 소각 시위가 벌어진 상황 등을 들어 최종 동의를 미뤄왔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슬리 아이든타스바쉬 객원 연구원은 "이게 그(에르도안)의 협상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든타스바쉬 연구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연계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튀르키예에 F-16을 판매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유럽이 내놓길 원했던 것"이라면서 "그는 가치에 대한 나토의 고상한 논의를 조롱하면서 이것을 단순한 '기브 앤드 테이크'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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