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통계에 딱 걸렸다…"러 우크라전 전사자 4만7천명"
러 독립매체·데이터 과학자 '초과사망' 공동 분석
미국 정보와 비슷…영국 "17개월간 매일 400명 사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철저히 숨겨온 우크라이나전 전사자 규모가 탐사와 통계 추적을 통해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 메디아조나는 독일 튀빙겐대의 데이터과학자와 함께 작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에서 숨진 러시아 군인의 수를 분석했다.
결과는 최대 4만7천명 정도였다.
메디아조나와 BBC 러시아어 서비스는 일단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공동묘지 사진을 토대로 전사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이름만 노출된 사망자의 신원을 다수 출처를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했다.
그렇게 올해 7월까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죽은 것으로 결론이 난 러시아 병사는 2만7천423명이었다.
소셜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전사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상속 통계를 이용해 추산했다.
메디아조나와 메두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체 사망자를 추산하던 초과사망 개념을 이용했다.
초과사망은 팬데믹 때 보건 기반시설이 열악해 감염자 수가 파악되지 않거나 정권이 정치적 이유로 보건통계를 조작하는 국가에서 실제 사망 규모를 파악하는 데 널리 활용됐다.
따로 설명할 이유 없이 평년보다 급증한 사망자 규모를 그 시기 최대 위험인 코로나19 감염과 그에 따른 보건체계 붕괴에 따른 사망으로 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러시아에서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상속 자료를 분석한 결과 15∼49세 남성에 대한 연간 상속 사례는 작년에 2만5천건 많았다.
올해 5월 27일까지 기간을 늘려보면 초과사례는 4만7천건까지 치솟았다.
이들 남성에게서 사망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낮은 확률의 실현일 수도 있지만 전사자를 가리키는 수치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튀빙겐대의 데이터 과학자 드미트리 코박은 자신이 운용해온 코로나19 초과사망 추산 기법을 러시아에 별도로 적용했다.
그 결과 2022년에 50세 이하 러시아 남성이 예상보다 2만4천명 더 숨진 것으로 나타나 상속통계 분석결과와 거의 비슷했다.
데이터 과학을 토대로 한 우크라이나전의 러시아군 전사자 최대 4만7천명은 러시아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많다.
러시아 정부는 전사자가 6천명 정도라고 작년에 한차례 발표한 뒤로 구체적 규모를 은폐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전사자 규모를 운운하면 우크라이나전 이후 시행된 러시아군 명예훼손 방지법 때문에 처벌받기도 한다.
이번에 분석된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는 미국 정부의 추산치와 대체로 비슷하다.백악관은 올해 5월 분석에서 러시아 병사가 작년 12월 이후 2만명 더 죽었다고 밝혔다.
유출된 미국 국가정보국(DNI) 기밀문건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러시아 전사자는 3만5천∼4만3천명으로 추산됐다.
영국 국방부는 올해 2월 제시한 추산치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4만∼6만명 정도라고 주장했다.
산하 국방정보국(DI)은 이날 일일정보 업데이트에서 우크라이나전 17개월 동안 러시아군이 매일 평균 400명이 죽거나 다친다고 지적했다.
DI는 "러시아가 전투 때 의료 보급이 모자라 고전한다"며 "전사자 50%는 응급처치가 적절했다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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