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또 동결될듯…'2%p 금리차'보다 '경기·금융불안' 초점
전문가들 "경기 상저하고 불투명하고 새마을금고발 자금경색 우려까지"
"연준 올려도 급격한 자금유출·환율급등 없다면 한은 추격인상 안할것"
인하 시점은 "당장 4분기 인하" vs "내년 중반 이후에나"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2월과 4월, 5월에 이어 오는 13일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묶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금리를 더 올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급등 등으로 금융시장도 가뜩이나 불안한데 금리까지 더 높아지면 자금 경색 등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다만 동결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5∼26일(현지시간) 예상대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더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초유의 2.00%p까지 커진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급격한 자금 유출이나 원/달러 환율 급등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보다도 앞서 4분기부터 낮출 것이라는 관측과 커진 한·미 금리차와 아직 불안한 물가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진단이 엇갈렸다.
◇ "하반기 수출·내수 회복 의문…자영업자 등 부담도 고려해 동결"
9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들 모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4연속 동결'을 예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무엇보다 경기 불안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당초 한은 전망(0.6%)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한은도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정부는 하반기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나 중국 시장이 살아날지 의문이고 내수 활력도 그다지 크지 않다"며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의 부담 등까지 고려할 때 한은이 동결 기조를 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새마을금고발 불안과 2%대 물가도 동결에 무게
최근 불거진 일부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도 금리 동결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다.
주 실장은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도 우려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제2금융권도 불안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새마을금고 뱅크런에 따른 자금시장 불안까지 감안할 때 한은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보다는 국내 경기와 금융 안정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는데, 2%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으면서 물가 상승률도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2%대로 내려왔다"며 "이런 지표들로 미뤄 금통위가 금리를 또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경기는 생각보다 좋지 않아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는데,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두 측면을 생각하면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오히려 낮추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한미 금리차 초유의 2%p 눈앞…"자금유출·환율급등 가능성 작아"
만약 전문가들의 만장일치 예상대로 한은이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은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밟으면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차는 2.00%p로 벌어진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금리 역전 폭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일단 대다수 전문가는 금리 격차가 2.00%p에 이르러도,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원화 약세(가치 하락)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예상대로 자금과 환율 흐름이 안정적이라면, 연준이 이달 금리를 올려도 한은이 8월 곧바로 미국을 따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려 금리차가 2.00%p로 더 벌어져도, 급격한 자본 유출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으면 환율이 갑자기 뛰겠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안정된 시기에 적정 환율이 1,200원에서 1,250원 정도, 경제 상황이 좋으면 1,150원 정도였다"며 "지금 1,300원대가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고, 정부나 한은이 예의주시하고 거시경제를 관리하는 만큼 금리차가 2.00%p로 커져도 큰 타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실장도 "과거 외환위기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시기가 세 차례 정도 있었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다 1,300원을 밑돌았다"며 "원/달러 환율에 금리 차이로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 역시 "금리차가 1.75%p까지 커진 뒤에도 외국인 채권 자금은 계속 유입되고 환율도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에 한은이 느끼는 추가 인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5월 국내 증권(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114억3천만달러, 약 15조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2000년 해당 자료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만약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에도 연속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은도 추가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주 실장은 "미국이 9월에도 올리면, 한은도 인상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환율 때문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이 2.25%p의 격차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 금리인하는…"경기 살리려 4분기부터" VS "금리차·물가불안에 내년에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편차가 컸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만큼 당장 10월부터 낮출 것이라는 의견부터, 커진 한미 금리 격차와 여전히 불안한 물가 흐름 등 탓에 내년 상반기까지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하강)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한국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업 투자도 둔화해 하반기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며 "가계 저축 감소와 이자 부담 등에 코로나 방역 해제에 따른 소비 지출 증가세도 빠르게 식어가면서 하반기 경기도 한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에 따라 한은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달 종료되면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10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실장도 "미국이 7월이나 9월 중 한 차례만 금리를 올리고, 정부 기대보다 내수나 수출 회복이 더디면 한은이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먼저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금리 인하 시점은 이르면 하반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로 본다"며 "미국 경제지표를 보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 시그널(신호)을 준다면 한은이 미국보다 한두 달 먼저 선제적 인하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시그널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낮추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올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인하 전환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 늦어지면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나 한은은 여전히 하반기 경기가 좋아지는 '상저하고'를 얘기하지만, 하반기부터 미국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만 경기가 더 좋아진다는 것은 이상한 얘기"라며 "경기 흐름이 썩 좋지 못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렇다고 물가 부담과 한미 금리차 때문에 한은이 쉽게 금리를 낮출 수도 없다"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은 지난해 이맘때 유가 등 에너지류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 덕으로, 이런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한미 금리차로 커진 확대 자본 유출과 환율 위험에도 그 어느 때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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