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냉전후 최초로 '유럽 국방' 새판 짠다…30만軍 대비태세(종합)
내주 정상회의서 확정 전망…'2% 방위비' 확대 연계해 전력 증강도 추진
우크라 '더딘 반격' 지적엔 "놀랄 일 아냐…매우 어려운 작전, 채근해선 안돼"
(서울·브뤼셀=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냉전 종식 약 반세기 만에 수립하려는 '유럽 방위계획'의 윤곽이 가시화하고 있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12일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새 방위계획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기 이전의 러시아 군사역량 수준에 맞춰 수립된다고 설명했다. '강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가정해 최상의 방위전략을 짜겠다는 의미다.
'지역계획'(regional plans)로 명명될 새 계획은 유사 시 나토 병력 30만명을 유럽 동부전선에 30일 이내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북극 및 대서양, 유럽 중남부에 걸쳐져 있는 알프스의 북측 지역, 유럽 남부 등 세 개 지역으로 나토 영토를 나눠 육해공 통합 방위 계획이 수립될 전망이다.
현재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 북측에서 루마니아까지 약 4만명의 병력이 상시 배치돼 있고, 군용 항공기 약 100대 정도가 영공 방어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발트해와 지중해에서 군함 27척 정도가 임무를 수행 중으로, 새 계획 수립 시 육해공 전반에 걸쳐 전력 증강이 추진될 전망이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나토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새로운 유럽 방어 전략 마련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나토 군사 기구를 계획에 따라 조직한다는 게 핵심이며 특히 최우선 과제는 전쟁 억지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유럽과 북미의 각 병력이 분쟁 발생 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지휘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나토가 총괄적인 방어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나토는 자체 분석에 따라 러시아가 향후 3∼7년이면 군을 재조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간 '속 빈 군대'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유럽이 군사력을 재정비 및 재편하기까지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대대적인 전력 증강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나토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방위비 확대를 독려하고자 '국내총생산(GDP) 2%'인 현재의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 수정에 합의할 전망이다.
문제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있는 조처가 아닌 데다 9년 전 합의된 현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GDP의 2% 이상 방위비로 투입한 회원국은 작년 기준 30개국(핀란드 제외) 중 9개국에 그쳤다는 점이다.
나토 역시 여러 차례 투자가 늦어질수록 대비태세 강화 속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편, 바우어 군사위원장은 이날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채근하거나 그러지 않는 것에 실망스럽다고 해선 안 된다"라며 "이런 종류의 작전은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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