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정자 기증하세요" 호주 빅토리아주에 공공은행 첫 개소
난자·정자 기부받아 난임자 체외 수정 등에 활용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에서 처음으로 공공 난자·정자 은행이 문을 열었다.
3일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는 임신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체외 수정 치료나 진단 테스트, 상담 등을 위해 1억 2천만 호주달러(약 1천50억원) 규모의 공공 난임자 지원 예산을 편성했으며 이 사업 중 하나로 자녀를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공 난자·정자 은행도 열었다.
이 은행은 매년 400개의 정자와 40개의 난자를 기증받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얻은 난자와 정자는 아이를 낳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이들에게 제공되며 체외 수정 등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 서비스를 통해 임신을 지원하는 것은 체외 수정 등에 워낙 큰 비용이 들고, 난자와 정자를 얻기도 어려워서다.
호주에서는 난자나 정자, 혈액, 조직 등을 얻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체외 수정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난자나 정자를 얻거나 해외 난자·정자은행을 이용해야 한다. 또 난자와 정자 채취에 최대 4천 호주달러(약 350만원)가 들어가고 이를 체외수정하고 이식하는 데는 최대 1만 호주달러(약 870만원)를 필요로 하는 등 큰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난임·불임을 겪는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 이를 공공 영역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대니얼 앤드루스 빅토리아주 총리는 "주 전역에서 새로운 가족을 얻으려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지원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더 좋고 중요한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자와 정자를 기증받는 것이 큰 과제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온전히 선의에 의한 기증에만 의존해야 해서다.
불임 클리닉 전문의인 데보라 리버먼 박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기 난자를 기부하려는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많은 이들이 수십 년 동안 호주 전역에서 난자·정자 기증자를 모집하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는데 빅토리아 정부가 이들과 달리 갑자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전혀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유전적 아이가 탄생한다고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라며 특히 이렇게 탄생한 아이는 18세가 되면 법에 따라 자신의 유전적 부모를 알게 돼 기증자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유전적 아이에게 연락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부를 꺼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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