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가 점차 러시아의 '속국'이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벨라루스의 독재 지도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도록 허용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목표인 벨라루스 흡수로 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를 향한 루카셴코 대통령의 충성심을 잘 보여주는 전술핵 배치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주권을 내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과 벨라루스 반체제 운동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 학교 역사 교과서가 러시아의 관점으로 재작성되는 등 벨라루스는 사회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점점 더 러시아의 명령을 따르는 국가가 돼 가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벨라루스 외교관 출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외교관계 연구원인 파벨 슬룬킨은 "벨라루스의 주권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어느 영역에서나 러시아의 통제력은 극도로 커졌고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시기도 있었다.
탈냉전 시대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에 충성을 보이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지 않도록 경계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유럽에 가까워지고자 서방 국가들에 다가가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하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도 러시아에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푸틴 대통령도 두 국가의 정치적 단결을 자주 공언했다.
2020년 루카셴코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으로 들고 일어난 친민주주의 시위대를 탄압하면서 국제적 '왕따'가 된 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값싼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과 안보 지원을 제공하며 구원자 역할을 했다.
두 지도자는 양국을 통합하는 '연합 국가'(Union State) 논의도 이어갔다. 러시아의 핵무기 배치도 연합국가 협의 내용의 일부다.
루카셴코는 러시아의 핵무기가 자신에게 죽을 때까지 권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벨라루스 전 외교장관에서 반체체 인사로 전향한 파벨 라투시카는 분석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국경 안에 들어온 러시아 핵무기는 벨라루스에 잠재적 안보 위협을 주고 루카셴코 대통령의 통제권을 약화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벨라루스의 반체제 운동가들은 벨라루스 영토로부터 핵무기 공격이 이뤄질 경우의 결과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고 있는 어떤 시점에 핵무기가 사용되고, 그 무기가 벨라루스에서 날아간다고 생각해보자"라며 "아무도 버튼을 누른 곳이 크렘린궁인지 루카셴코의 장소인지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보복 공격이 있다면 그것은 벨라루스로 날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투시카는 다른 대규모 반란이 촉발된다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에 안보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은 벨라루스를 흡수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표에 다가가는 마지막 단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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