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르포] ③ 중국, 외신 초청하며 자신감…경제·복지·자유 강조
당국, 티베트 경제발전·종교자유·인권보장 강조
연합뉴스, 로이터·교도통신 등과 함께 일주일간 라싸·산난 공동취재
(라싸[티베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어와 티베트어를 할 수 있고, 학교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18일 중국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150㎞가량 떨어진 산난시의 산난제2고등학교에서 만난 한 티베트족 학생 니마는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인 티베트족'으로서 중국어와 티베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무슨 과목이 제일 좋으냐는 기자의 영어 질문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차이니스 히스토리"(중국 역사)라고 답변했다.
또 제2외국어도 열심히 배워 중국을 세계에 알리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 학교 학생은 2천300여명이며, 학생의 99%가 티베트족과 회족 등 소수민족이다.
모든 수업은 중국어로 진행되며 티베트어 수업은 주당 1시간이라고 했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24시간 학교의 관리를 받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한국의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주말에는 학생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가고 집이 멀어 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중국 최고 명문대학 합격생을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중국 당국의 안내 속에서 만난 티베트족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니마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외신 취재에 철저히 대비한 흔적이 느껴졌지만, 1년 내내 농사를 지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의 노력으로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듯했다.
중국 당국은 일부 외신에 티베트 공동 취재를 제안했고, 연합뉴스를 비롯해 영국 로이터 통신과 일본 교도통신 등은 지난 14일부터 일주일간 당국의 안내로 라싸시와 산난시 일대를 돌아봤다.
중국이 보여주는 것만 볼 수밖에 없는 제한된 취재 형태지만, 티베트는 중국 당국의 특별 관리를 받는 곳으로 취재 목적으로는 출입이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취재에 참여했다.
중국 당국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 아래 소수 민족 자치구인 티베트가 화합되고 발전한 모습을 외신 기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동 취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티베트의 발전상을 취재해 세계에 알려달라는 취지였다.
중국은 매년 한 차례씩 외신에 티베트를 공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다가 올해 4년 만에 공동 취재를 허가했다.
왕하이저우 티베트 자치구 선전부장은 16일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티베트는 최근 몇 년간 정치, 경제, 문화, 민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룩했다"며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티베트를 왜곡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중국 당국의 안내를 받으며 포탈라궁과 조캉사원 등 티베트 불교 관련 명소를 둘러봤다.
또 전통 방식으로 향과 종이를 만드는 마을, 티베트 전통 병원, 노인복지시설, 기숙형 고등학교, 티베트 민속 체험 마을, 대형 양계장, 티베트 수공예품 공장, 스마트팜, 태양광 기업 등도 방문했다.
중국 당국 관계자는 역대 외신 공동 취재 중 올해 가장 많은 장소를 공개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현장에서 본 티베트는 이미 중국의 일부였고, 치밀한 전략 속에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취재 기간 중국이 가장 강조한 포인트는 경제와 복지였다.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티베트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이 먼 학생들을 위해 기숙형 학교를 설립하고 노인들을 위한 노인복지시설을 지었다며 중앙 정부 지원으로 전액 무료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제기하는 티베트족 집단수용 의혹을 고려한 듯 학교 입학과 복지시설 입소는 개인의 자유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오이·토마토 등을 재배하는 스마트팜과 대규모 양계장 등을 공개한 뒤 직원의 90% 이상을 티베트족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이밖에 전통 방식으로 향과 종이를 만드는 마을, 가방·스카프·카펫 등을 만드는 수공예품 공장 등도 공개했다.
산난 제2고등학교 취재에서는 티베트어 수업과 티베트 전통악기 수업 등을 공개했고, 운동장에서는 티베트 전통음악에 맞춰 전교생이 체조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당국이 티베트 전통문화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티베트가 종교의 자유와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안전한 곳이란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포탈라궁과 조캉사원 안팎에서는 티베트인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참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국 당국의 티베트에 대한 우대 정책과 민생 개선 조치가 매우 치밀하고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곳곳에서 느껴졌다.
철도와 도로 등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고 주민들의 경제 상황이 크게 개선된 점도 사실이었다.
시진핑 체제 들어 티베트인들에 대한 복지·교육 혜택이 과거보다 강화되는 모습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분열·독립 행위를 하지 않고 체제에 순응한다면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풍요롭게 살게 해주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느껴졌다.
취재진이 방문한 한 수공예품 공장에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친절한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국가 주석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 공산당이 없으면 신 중국도 없고, 신 티베트도 없다"며 "당의 티베트 관련 방향과 정책은 완전히 옳았다"고 말했다.
당시 시 주석의 티베트 방문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중단 주장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 등으로 미뤄 티베트와 신장 문제 등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시 주석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개막한 '2023 중국 티베트 발전 포럼'에 보낸 축전에서도 "인민의 행복은 가장 큰 인권이고 발전은 인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티베트가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는 새로운 길에서 정확하고 새로운 발전 이념을 관철하고 질 높은 발전을 추진하며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의 새로운 티베트를 건설해 인민이 더욱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