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지침에도…'성과급 잔치' 보험사들 회계조작 우려 여전
금감원 가이드라인 원칙대로 적용시 순익 최대 수천억원 줄어들듯
일부 보험사, 대규모 손실 반영 우려해 소급법 '편법 적용' 모색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채새롬 기자 = 지난해 고액 성과급 지급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생명·손해 보험사들이 최근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회계를 조작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IFRS17 적용 첫해인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받은 바 있어 보험업계의 신뢰 제고를 위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IFRS17을 적용하는 보험사들이 자의적인 가정으로 계약 서비스마진(CSM)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등 기초가정에 대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보험사에 내려보냈다.
금감원의 이런 조치는 올해 1분기에 IFRS17을 적용한 보험사들의 당기 순이익이 5조2천여억원에 달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IFRS17의 자율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금감원의 IFRS17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때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전진법이 아닌 재무제표에 소급해서 적용하는 소급법 적용을 시도해 회계 분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며,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계리적 가정의 변경을 회계 추정 변경이 아닌 전기 오류 수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회계업계에서는 이번 경우는 회계 추정 변경이라서 전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험회계 전문가는 "일부 보험사는 전진법을 적용할 경우 계리적 가정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손실을 당기에 전액 반영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오류 수정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소급 적용을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가 낙관적인 가정으로 과대 산출된 올해 1분기 순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소급법을 적용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일으킨 보험사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IFRS17의 영향으로 손해보험업계 '빅 5'인 삼성화재[000810]는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천133억원을 거뒀고 DB손해보험[005830]의 순이익이 4천60억원, 메리츠화재가 4천47억원, 현대해상[001450]이 3천336억원, KB손해보험이 2천538억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794억원이었다.
생명보험업계는 삼성생명[032830]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7천68억원, 교보생명이 5천3억원, 한화생명[088350]이 4천225억원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의 IFRS17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진법을 적용하면 각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까지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의 담당자들은 갑작스러운 실적 감소로 문책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이 미치는 영향이 큰 일부 보험사의 최고재무책임자들이 소급법이라는 편법을 생각해낸 뒤 금감원에 찾아가 외부감사인과 협의해 소급법을 적용할 경우 반대하지 말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도 회계 기준상 전진법이 맞지만, IFRS17 원칙상 외부감사인과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 일단 진행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일부 보험사가 IFRS17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에 소급해 적용하는 편법을 쓴다면 보험업계의 회계 분식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4개 생명보험사와 7개의 손해보험사가 상장돼있는데 보험사의 지속적인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향후 보험계약자들의 피해와 한국 보험산업에 대한 불신으로 외국 투자자들의 외면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거진 논란은 단기 실적을 지키기 위해 제 발등 찧기를 하는 보험사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투자자들도 소급법을 적용하는 등 편법으로 회계 처리를 시도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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