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회피 첫발 뗀 美中…'대화있는 경쟁' 뉴노멀 만들까
양국 모두 '고위급 소통채널 복원'에 일단 긍정 평가
대만·반도체갈등 관리하며 11월 APEC계기 정상회담으로 연결할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18∼19일 중국 방문으로 양국은 '파국 회피'를 향한 첫발을 뗀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미중 관계의 안정화 필요성과 고위급 소통 채널 가동 정상화에 뜻을 같이하면서 일단 양국이 '대화 부재의 경쟁'에서 '대화가 있는 경쟁'으로 전환할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장기화가 예상되는 미중 전략경쟁은 이제 '링' 위에서 규칙 아래 관리 가능한 양상으로 가게 될지, 아니면 갈등 현안을 둘러싼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다시 블링컨 방중 이전의 '막싸움식 경쟁'으로 회귀할지의 기로에 선 형국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 목표는 ▲고위급 소통 채널 강화 ▲상호 견해가 다른 영역에서 입장과 의도의 명확한 천명 ▲미중간 이익이 얽힌 이슈나 양국이 공유한 다국적 도전 과제 등에서 협력 가능한 영역 탐색 등 세 가지였다며 블링컨 장관이 이를 모두 실행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司) 사장(국장급)은 19일 밤 블링컨 방중 협의를 총결산하면서 대만 문제 등 갈등 사안과 관련해 중국이 피력한 대미 불만과 요구를 재확인한 뒤 "긍정적 공동인식과 성과를 달성했다"며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한 것을 성과의 하나로 거론했다.
그러나 대만 문제와 반도체 공급망 등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영역에서의 갈등을 관리해가며 상호 신뢰를 적립할 수 있을지 회의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대만 문제의 경우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 '하나의 중국' 정책 불변과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19일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보이는 '도발적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우리는 대만이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 대만관계법 하에서의 우리 책임을 이행하는 데 전념한다"며 대만에 대한 무기 제공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블링컨 장관과 회담 때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고 강조했고,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블링컨과의 회동에서 대만 문제에서 양보나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문제를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첨단 반도체 영역 등에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상대방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뤄지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외교가에서는 미중 정상이 만날 기회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샌프란시스코)때까지 약 5개월 동안 대만 문제나 반도체 공급망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가 양국관계의 전환 가능성을 점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양국 군 당국간에 충돌 방지를 위한 핫라인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을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북한의 추가 '위성발사' 시도 등에 양국이 이전의 평행선 대치를 피한 채 공조의 모양새라도 보일 수 있을지도 양국 관계의 시험대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만약 양국이 11월까지 친강 부장의 답방을 비롯한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며 갈등의 파국화를 피할 경우 11월 APEC 계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2차 대면 정상회담이 열림으로써 양국이 '대화가 있는 경쟁'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양태나 기준)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일각에서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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