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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방중, '돌파구' 없었지만 '충돌은 막자'에 美中공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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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방중, '돌파구' 없었지만 '충돌은 막자'에 美中공감(종합)
양국 '정찰풍선' 옆으로 치운 채 '대화 있는 갈등기'로 이행할듯
옐런 방중·친강 방미 등 후속대화…11월 APEC에 정상회담 할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이뤄진 토니 블링컨 장관의 방중 협의에서 양측은 비록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진 못했지만, 제대로 된 소통없이 갈등과 경쟁으로 점철된 양국 관계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뜻을 같이 했다.
양국 발표에 따르면 18일(이하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약 6시간에 걸쳐 진행된 블링컨 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계속 견제할 뜻을 재확인했고, 중국은 대만 문제의 폭발력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19일 방중 협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에 대항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핵전력 강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을 거론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첨단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인상이 강한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대신 '디리스킹(de-risking·경제 및 무역의 대중국 의존 심화에 따른 위험을 제거)'이라는 신조어를 내세웠지만, 군사력 고도화와 연결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측은 대만 문제와 관련, 대만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대만과의 관계를 점점 강화하는 미국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친강 부장은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때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며 미국 측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19일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 문제와 통일에 대해 "타협하거나 양보할 여지가 없다"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진정으로 준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대만 독립에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관계의 안정화 또는 관리 필요성과 양국간 지속적 소통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 측과의) 모든 회의에서 나는 고위급에서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여(대화)가 차이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최선의 길임을 강조했다"며 "우리는 모두 우리의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외교부는 18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 자료에서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며 그 일환으로 친 부장의 미국 답방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또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고, 양국 간의 인적 교류와 교육 교류 등의 확대를 장려하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결국 양측은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경쟁과 갈등 속에서도 대화 채널은 정상 가동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2월 초로 예정됐던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정찰풍선 갈등으로 약 4개월 연기되는 동안 양국 관계는 최악의 불신 속에 갈등 현안을 논의할 유의미한 정무 대화가 사실상 부재했던 '위험한 시기'를 보냈다.
지난달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간의 '오스트리아 빈 회동'을 계기로 대화의 정상화가 점쳐졌으나,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모색됐던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무산되면서 양국 관계는 또 삐걱거렸다.
5월 말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디트로이트) 참석을 계기로 미국 측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 데서 나타나듯 중국은 경제 관련 대화에는 적극성을 보이고, 정무·군사 관련 대화에는 냉담한 '정랭경온' 기조로 미국을 대했다.

하지만, 일단 이번 블링컨 방중을 계기로 양국은 고위급 대화 정상화의 걸림돌이었던 정찰풍선 갈등을 옆으로 치운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외교장관 회담 직전인 지난 17일(현지시간) "나는 중국 지도부가 풍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풍선 안에 뭐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 생각에 그것은 의도적이었다기보다는 당황스러운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정찰풍선 사안을 사실상 정치적으로 종결지었다.
양국은 앞으로 경제는 물론 정무 차원의 대화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고, 양국이 추진에 뜻을 같이한 친강 부장의 방미도 하반기 중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관리' 국면으로 유지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 대상인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시진핑 2차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양측이 이처럼 '관계 안정화'와 '고위급 대화 지속'에 뜻을 같이 한 것은 경기 침체 조짐을 우려하는 미국과, 경기 회복세 둔화와 청년실업률 상승 등을 걱정하는 중국 모두 내정에서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두 나라 다 대외 관계의 핵심인 미중관계를 '관리'하며 '충돌'을 피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
결국 이번 미중 회담을 계기로 양국 전략경쟁의 본질은 변함이 없으되,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통은 재개됨으로써 양국 간 갈등의 예측 가능성과 관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중 신냉전 구도와 연결된 한중 간의 긴장과 갈등 관계에도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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