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는 처음"…'축구계 사정태풍' 중국도 손준호 구속 주목
"부패 척결, 외국 선수도 예외 없어"…소속팀 손준호 프로필 삭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부패가 만연한 중국 축구계가 고강도 사정의 된서리를 맞고 있는 가운데 현지 매체들과 네티즌들도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의 구속 수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영 매체 환구시보 등 현지 매체들은 19일 연합뉴스 단독 보도를 인용, 형사 구류(임시 구속) 상태였던 손준호(산둥 타이산)의 구속 수사 전환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매체들은 1992년생인 손준호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한국 우승에 일조했고 작년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했으며, 2020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2021년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아직 손준호의 구속 수사 전환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손준호의 형사 구류 직후인 지난달 16일 그가 비(非)국가공무원 수뢰 혐의로 랴오닝성 공안기관에 구금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중국은 법에 따라 관련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부각했다.
대만 중앙통신도 이날 연합뉴스를 인용, 중국 공안이 손준호에 대해 구속 수사로 전환해 사법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중국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비리 척결을 위한 고강도 사정 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외국 선수가 체포된 것은 손준호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작년 말 리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축구협회 전·현직 주석 등 축구계 거물 11명이 부패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줄줄이 낙마한 바 있다.
전날 손준호의 구속 수사 관련 해시태그가 인터넷 포털 바이두에서 한때 실시간 검색어 5위에 올랐고,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 관련 조회 수가 6천100만 건에 달하는 등 네티즌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갈등이 고조하는 상황에서 그의 구속 수사가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 등 파장에 주목했다.
다만 대체로 이번 사건이 중국 축구계의 부패 척결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이며, 비리에 연루됐다면 성역이나 예외 없이 엄중한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중국중앙TV(CCTV) 해설위원 출신인 축구 전문가 란슝페이는 "한국 내 일각에서 손준호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려 했지만, 외국인도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중국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며 "중국에는 중국의 사법 시스템과 법 체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손준호 소속 팀인 산둥 타이산 홈페이지에서 손준호의 프로필과 사진이 삭제됐다.
이날 타이산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16일 부임한 최강희 감독과 선수 25명의 사진이 모두 게시돼 있지만, 손준호는 제외됐다.
중국 공안은 지난 12일 손준호를 연행, 형사 구류 상태에서 조사하다가 최장 37일인 형사 구류 기간이 지난 17일 만료되자 인민검찰원의 비준을 받아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중국 형사소송법과 관련 규칙에 따르면 구속 비준이 나면 혐의자는 구속 상태에서 기소돼 재판받게 된다.
손준호의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매체들은 손준호의 소속 팀인 타이산의 하오웨이 감독과 선수들이 승부 조작 등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그의 에이전트인 저우카이쉬안이 지난 6일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형사 구류된 점을 들어 손준호의 수사가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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