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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너미에서 디리스킹까지..변화하는 '미중 관계'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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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너미에서 디리스킹까지..변화하는 '미중 관계' 수사학
오바마 시절 협력과 경쟁에서 트럼프 때 강경대립으로
최근 디리스킹 모색…본질적 변화인지는 두고봐야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소 냉전 기류가 가열되던 1953년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월터 윈첼은 소련을 '프레너미(frenemy)'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친구(friend)'이자 '적(enemy)'이란 의미의 신조어였다.
냉전 체제를 양분한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도 서로의 심장을 겨누는 적대감과 함께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들이 있는 관계를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단어가 미중 관계에 등장한 것은 2012년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 때였다. 당시 LA타임스는 "프레너미가 왔다"고 보도했다. 그때만해도 미국은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표출했지만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 이듬해인 2013년 국가주석이 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서니랜즈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한 시진핑은 "넓은 태평양 양안은 중·미 두 개의 대국을 품을 만한 충분한 공간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한동안 미중 관계는 'G2(group of 2)'라는 용어로 표현되곤 했다. 미중 양국의 경쟁과 협력이 함께 주시되던 때였다.



그러나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견제에 나섰고, 이후 미중 관계는 패권경쟁을 벌이는 경쟁국 관계로 전환된다. 이른바 '투키두데스 함정'에 빠진 패권대결의 프레임이 확산했다.
최근들어 미중관계를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관리)이다.
디커플링은 모건스탠리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알려졌는데,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강한 성장을 지속하는 경우는 '하드 디커플링(hard decoupling)',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지만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경우는 '소프트 디커플링(soft decoupling)'으로 표현했다.
이 표현은 정치분야, 특히 국가관계 등으로 확장됐다.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질서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종조화하는 현상을 표현할 때 등장하다가 미중관계로 옮겨 상호 '관계의 분리'를 의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디리스킹이라는 표현도 유사하다. 주로 금융·경제계에서 '위험 줄이기' 등의 개념으로 사용하다 요즘은 국제관계에서 많이 사용한다. 적대세력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의 대체개념으로 확장됐다.
디리스킹은 2023년 3월30일 우르줄라 폰테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폰테어라이엔 위원장은 "나는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들어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 미국의 주요 인사들도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지난달 채택된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에도 '디리스킹'이 언급됐다.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을 바라보는 국제 외교가의 시선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는 미중관계의 속성에 주로 주목한다.
블링컨 장관도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성명은 이어 "블링컨 장관은 우려가 되는 몇 현안뿐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초국가적 현안에서 협력을 모색할 기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측이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며,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중관계를 표헌한 수사의 변화 처럼 실제 패권경쟁에 돌입한 양국관계의 변화가 수반될 지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향후 미중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또 어떤 정치적 수사가 등장할 지 관심을 모은다.
lw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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