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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북방정책으로 추진된 '연해주 한·러 산단' 조성 수년째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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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북방정책으로 추진된 '연해주 한·러 산단' 조성 수년째 표류
러시아측, 사업 추진여부 입장 물어…LH "상황 지켜보며 방향 결정"
사업 방식서 양국 이견…코로나19·우크라 사태도 악영향 미쳐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한국과 러시아 간 경제 협력 확대를 위한 '연해주 한·러 경제협력 산업단지'(이하 연해주 산단) 조성사업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파로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채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연해주 산단 조성사업은 한국 중소기업의 러시아 진출 지원 등을 위해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역할을 분담해 연해주 나데진스카야 선도개발구역(ASEZ) 2차 지구 안에 50만㎡ 규모의 입주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철도 인프라와 에너지, 조선·해양, 농림수산 등 9개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한 신(新)북방정책이 사업의 시발점이 됐다.
또 사업이 성공한다면 한국과 러시아 정부 간 협업으로 조성되는 최초의 산업단지가 된다.
LH는 사업 추진을 위해 2020년 12월 러시아 극동개발공사(FEDC)와 사업 이행약정을 체결했고, 이듬해 9월 LH는 블라디보스토크에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사업 추진 초기만 하더라도 ASEZ가 공항과 항만, 철도역 등에 접근이 용이한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췄고, 러시아 정부 또한 투자유치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마련한 까닭에 연해주 산단에 대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선호도는 높았다.
2020년 국내에서 실시된 연해주 산단 수요 조사에서 자동차 부품·제조업, 농수산물 가공 등 분야 42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사업추진 단계 가운데 하나인 기업활동 약정 체결 과정에서 양국 기관이 이견을 보이며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했다.
기업활동 약정은 산단 조성을 위해 큰 틀에서 양국 기관이 각자의 역할과 사업비 부담 규모 등을 확정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당초 LH는 산단 내부 인프라 조성 등을, 외부 인프라 설치 등은 FEDC가 맡기로 돼 있었다. LH는 또 산단 조성에 130억원가량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LH는 협의 과정에서 ASEZ 내 다른 지구에서 이뤄진 선례대로 러시아 측이 산단 내부 인프라 조성도 맡아 달라고 요구했고,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협의 과정도 원활하지 않았다.
LH 측은 "기업활동 약정을 체결하면 구속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사업에서 철수할 일이 생길 경우 양국 간에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투자금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 기관이 업무 분담에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작년 3월로 예정했던 산단 착공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1년여만에 다시 찾은 산단 조성 예정 부지는 이러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이전 모습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듬성듬성했던 잡목과 풀 등이 사업 예정 부지 전체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것뿐이었다.
이곳에 한·러 경제협력을 위한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라는 표지판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
LH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달라진 대외 환경 등으로 산단 조성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자 최근 현지법인을 청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양국 외교관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현지법인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 규모를 축소하고 파견 인력도 줄였다.
러시아 측 또한 최근 LH에 향후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달라고 요청했다.
또 LH를 대신해 사업 예정 부지에 관심을 갖는 러시아 현지 기업과 중국 기업 등이 있다는 사실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사업 추진 여부를 당장 결정하기 힘들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을 보냈다"며 "러시아 측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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