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슬리그룹 부회장 "한국은 엄청난 영감을 주는 나라"
크리스틴 도르나노 "예술 매개로 한국과 접점 넓히고파"
파리에 있는 시슬리 본사에서 한국 작가 8인 전시회 개최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당신은 아마도 한국이 어떻게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는지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아시아뿐만 아니라 프랑스가 있는 유럽까지도요. 한국의 영토 크기, 인구 규모를 생각했을 때 그 영향력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죠."
세계적인 프랑스 화장품 기업 시슬리 그룹에서 총괄 디렉터로서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개발 등을 담당하는 크리스틴 도르나노(50) 부회장은 독특한 정체성이 있는 한국과 소통하는 접점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은 비단 시슬리만이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르나노 부회장은 파리 8구에 있는 시슬리 본사에서 한국 현대 미술 작가 8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 '부분의 합: 회복과 결속' 개막식이 열린 지난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예술을 매개로 한국과 접점을 넓혀나가는 것은 시슬리의 오랜 구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르나노 가문이 운영하는 시슬리는 1976년 창립 이래 예술에 항상 관심을 두고, 예술가들을 지원해왔다. 예술이야말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본사 로비와 지하에 주소 이름을 딴 전시 공간 '트루아(3) 상크(5) 프리들랑드'를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공간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슬리가 지난 2021년 파리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시아 나우'를 후원했을 때 한국 미술에 눈을 떴고,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협업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등 여파로 여건이 녹록지 않아 무산됐다.
그러던 중 주프랑스 한불상공회의소와 갤러리 엠나인, 갤러리 엠나인이 프랑스에 설립한 예술가 지원단체 FDA의 제안을 받고 이번 전시가 성사됐다. 단순히 장소만 내준 게 아니라 주최 측이 추천한 명단을 꼼꼼히 살펴보고 전시에 참여할 작가 선정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2015년 작고한 아버지 위베르 도르나노와 같이 시슬리를 창업한 어머니 이자벨 도르나노, 현재 시슬리 회장인 오빠 필리프 도르나노도 작품을 함께 골랐는데, 시슬리가 자연주의를 표방하다 보니 세 사람 모두 흙, 나무, 자개 등 자연에서 소재를 찾은 작품들에 특히 끌렸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부회장은 언젠가 서울에도 스파,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종 시슬리'를 만들고 싶다며, 그렇게 된다면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에 문을 연 메종 시슬리를 중국 작가의 작품들로 채웠듯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벽을 장식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로는 마치 물이 묻었다고 착각할 만큼 영롱한 물방울을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고(故) 김창열 화백을 꼽았다. 오랜 기간 프랑스에서 활동한 고인을 어머니도 정말 많이 좋아했다며, 2021년 그의 부고를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시슬리는 1998년 한국에 자회사 시슬리코리아를 설립한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꽤 오랜 기간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나라가 한국이었을 정도다. 지금은 중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 밀려 5위지만, 한국에서의 매출은 상승세를 그려왔다고 한다.
그 어떤 나라 고객들보다 피부 관리에 관심이 큰 한국 여성 고객들 덕분에 시슬리가 배운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한 크림을 바르고 나서 그 위에 다른 크림을 덧바르는 미용 습관은 한국에서 처음 나왔고,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를 따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부회장은 "우리는 항상 한국에서 성공을 거둬왔고, 한국 여성들의 피부 관리 감각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그런 고객의 나라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 만큼 문화와 예술을 연결고리 삼아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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