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크로스오버 역동성에 세단 정체성 담은 도요타 크라운 16세대
'사장님 차' 이미지 탈바꿈…안정적 주행감·연비 '강점'
2.4L 듀얼부스트 모델, 100대 중 60대 이상 예약 완료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1955년부터 이어져 온 도요타의 플래그십 브랜드 '크라운'이 크로스오버 하이브리드 모델로 국내에 상륙했다.
크라운은 그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지금의 '16세대'에 이르렀다. '도요타의 자존심'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다. 크라운이 완성차 형태로 국내 소비자들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강원도 인제 모 리조트에서 검은색 크라운을 만났다. 크로스오버 스타일 모델이지만, 69년간 이어온 세단의 정체성도 품고 있었다.
'사장님 차'의 중후한 이미지 대신 세련되고 날렵하다는 인상을 풍기면서도 매끄럽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캐빈(승객이 탑승하는 공간)과 트렁크를 확실히 분리하는 후면 디자인 등은 영락없는 세단의 자태였다.
21인치 대구경의 휠이 주는 웅장함도 인상적이었다.
2.4L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과 2.5L 하이브리드 모델의 외관상 차이는 크게 없었다. 2.4L 듀얼부스트 모델의 후면 영문 엠블럼 색상이 다소 짙고, 투톤 색상의 휠이 적용된 것 외에는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크라운 공개 이후 다소 논란이 된 것은 수동식 트렁크였다. 현장에서 직접 여닫아보니 트렁크의 상판이 무겁지 않고 손잡이 높이도 적당해 체구가 작은 기자에게도 무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수입차에는 옵션으로라도 탑재할 수 있는 전동식 트렁크가 아예 제공되지 않는 건 분명한 단점이었다. 토요타코리아 측은 미국 사양을 기준으로 생산돼 전동 기능을 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크라운의 제원은 전장 4천980㎜, 전폭 1천840㎜, 전고 1천540㎜, 휠베이스 2천850㎜다. 비교선에 오르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비교했을 때 전장과 휠베이스는 각각 55㎜, 45㎜ 짧고, 전고는 80㎜ 높다.
그렇지만 2열에 앉아보니 넉넉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체격이 큰 동료 남성 기자가 앉자 헤드룸이 꽉 차기도 했다.
리조트에서 강릉의 해변에 위치한 카페까지 76㎞를 달리며 2.5L 하이브리드 모델의 면면을 살펴봤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 들어서며 제법 높은 속도로 주행할 수 있었는데, 차체에 흔들림이 없었고 풍절음 차단도 뛰어났다. 산세에 따라 굽어지는 코너링 구간과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또 저속에서는 전기차, 고속에서는 내연기관의 주행감을 보이면서 2개 모드의 장점이 어우러져 있었다. 가속 페달에 올려진 발에 힘을 주자 경쾌한 배기음이 울리면서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더해졌다.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하고 스포츠 모드를 활용했는데도 연비는 16.5㎞/L를 기록해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였다. 2.5L 모델의 총 출력은 239마력(ps), 공인표준 연비는 17.2㎞/L다.
내부의 대시보드에는 열선·통풍 시트, 히터와 에어컨 등 자주 사용하는 버튼만 남겨둬 깔끔하고 편리했다.
아쉬운 건 '도요타 세이프티 센스'(TSS)였다. 고속도로 주행 시 속도 유지와 차선 보조 장치를 사용했지만, 동승했던 기자와 장치가 켜진 게 맞는지 여러 차례 확인해야 했다.
차선을 옮기거나 앞차와 간격이 매우 가까워졌을 때야 주행을 보조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량을 교체해 2.4L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전했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눌러도 차량이 미끄러지듯 빠르게 뻗어나가는 게 느껴졌고, 요금소를 통과하며 급가속할 때도 2.5L 모델과 확연한 출력 차이가 느껴졌다. 저속에서 탈출할 때 후면으로 전해지는 빠른 구동력을 느껴보라던 토요타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이 떠올랐다.
주행 모드도 2.5L 모델과 비교해 3개가 추가돼 더 다양한 퍼포먼스를 즐기고 싶은 운전자에게 제격이었다. 2.4L 듀얼부스트 모델의 총 출력은 348마력(ps)이다.
다만 2.4L 듀얼부스트 모델은 국내에 100대만 판매되는데, 지난 4일 기준으로 이미 60대가량 예약이 이뤄졌다고 한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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