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러, 곡물협정 연장 논의…"러 비료수출 활성화 초점"
암모니아 수송관 폭파 사건 쟁점된 듯…유엔 "러시아산 비료 수출 개선 노력 지속"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엔과 러시아 대표가 9일(현지시간) 만나 내달 17일 만기가 돌아오는 흑해 곡물협정 재연장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의심하는 암모니아 수송관 폭파 사건이 악조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유엔 측은 그동안 러시아 측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과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흑해 곡물협정 재연장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흑해 봉쇄로 고조된 세계 식량난 완화를 위해 지난해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120일 기한으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3월 두 번째로 연장됐으나, 협정 기간을 두고 이견을 빚은 끝에 지난달 18일 다시 연장이 합의됐다. 내달 17일을 넘기기까지 재연장이 합의되지 않으면 흑해 곡물 수출길이 다시 막히게 된다.
러시아는 협정 체결 당시 자국산 곡물 및 비료 수출 허용에 합의하고도 서방국들의 복잡한 대러시아 제재 구도 속에서 수출이 잘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5일 저녁 우크라이나 세력이 러시아산 암모니아를 수송하는 데 사용하는 파이프라인 일부를 폭파했다고 발표했다. 비료 수출을 활성화하기는커녕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 수송관을 파손하며 곡물 협정 연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러시아 측 반응이다.
러시아는 이날 협상 직전에도 이 사건이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파이프라인 파손은 협상 중 고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튀르키예 러시아 대사관 측은 "러시아가 협정을 연장할 이유가 없지만 유엔과 협상은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은 이날 협상이 러시아의 곡물 및 비료 수출 촉진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유엔이 화물 운임과 보험료 인하를 포함해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도움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러시아의 수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난 몇 달간 가시적 진전을 보였다"면서 "도전이 남아 있지만 남은 수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달 17일 이전에 러시아의 식량·비료 수출 개선을 위해 계속 집중할 것"이라며 "유엔은 세계 식량 안보를 위해 일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