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랑외교' 노골화하나…중국대사들 잇단 공격적 언행 배경은
"中패배 베팅하면 후회", "불길 속에 끌려갈 것" 등 비외교적 발언
막후 조정보다는 '선포'하는 외교…시진핑 의중·애국주의 여론 의식한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최근 각국에 주재하는 중국 대사들의 공격적·비외교적인 발언들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균형 외교에서 탈피해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공조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한 노골적인 메시지로 해석됐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도 4월 28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의 유사시(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 발생 시)는 곧 일본의 유사시라는 인식에 대해 "중국 내정 문제를 일본의 안보와 연계시키는 것"이라며 "극히 유해하며 일본의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3월 21일 방송된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 "구소련 지역 국가들은 그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었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라고 발언해 구소련 출신 국가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국제적 논란을 불렀다.
일국 정부를 대표해 타국에 주재하는 대사는 본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본국 인사들에 비해 언행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외교의 최전선에서 주재국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급은 자제하고, 가급적 우호를 강조하는 것이 외교관들의 일반적인 공개 발언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대사들은 다른 나라 대사들로부터 듣기 어려운 공세적이고 과감한 발언들을 심심치 않게 내뱉는 상황이다.
중국 대사들의 거친 발언과 관련, 우선 외교가에서는 '하고 싶은 말은 상대국 정서와 관계없이 한다'는 자국 중심주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도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초강대국 외교'를 따라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아울러 외교부 대변인 시절부터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꼽혀온 친강 외교부장이 작년 말 외교부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중국 외교가 갈등 관계의 국가들과 조용히 갈등을 풀어가는 쪽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선포하고 홍보하는 쪽에 확연히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미중 경쟁과 핵심이익 수호 등 전선에서 강하게 맞설 것을 주문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외정책 방향과, 중국 내 '애국주의' 여론을 중국 외교관들이 적극적으로 의식·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즉, '외교의 국내정치화' 경향이 중국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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