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만 있는 이것…김태한 우승의 '숨은 공신'
참가자들 뒷바라지하는 '호스트 패밀리'…숙식·교통 제공, 통역·가이드 역할까지
김태한 돌봐준 카스테아우 씨 가족, 시상식 초대돼 우승 기쁨 나눠
콩쿠르측, 다양한 공연기회도 부여…한국문화원은 9년째 韓참가자 지원
(워털루[벨기에]=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세계 3대 권위의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주최 측이 6일(현지시간) 주요 귀빈만 초청해 개최한 시상식에서 눈길을 끈 참석자들이 있다.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라고 불리는 대회 자원봉사자들이다.
콩쿠르 주최 측이 매년 대회를 앞두고 가족 단위로 모집하는 호스트 패밀리는 대회 참가자가 벨기에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숙식 및 교통편은 물론, 참가자들이 연습에만 매진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한국처럼 제3국 출신 참가자들을 맞이하는 가정은 참가자들의 현지 통역과 가이드 역할도 자처한다.
콩쿠르 관계자들은 물론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이들을 '숨은 공신'으로 꼽는 이유다.
호스트 패밀리가 되려면 집에 피아노를 구비하고, 연습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는 등 자원봉사임에도 비교적 까다로운 요건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70가정 이상이 호스트 패밀리를 자원할 만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처럼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극히 일부 대회에서만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도 하다.
참가자 상당수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자신을 보살펴 준 가족들과 오랜 기간 끈끈한 연을 이어갈 정도다.
이번 대회 우승자 바리톤 김태한(22)도 지난달 중순 벨기에에 도착한 첫날부터 계속 브뤼셀 시내에 거주하는 소브라네 돈나이 데 카스테아우(42) 씨의 집에서 지냈다.
이날 시상식에 초청받은 카스테아우 씨는 연합뉴스와 만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우리 가족 모두 음악을 사랑해서, 8년 전부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호스트 패밀리를 자원하고 있다"며 "성악 부문 참가자를 맞이한 건 김태한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해준 것이라곤 집 공간을 내어준 것 정도인데, 우승까지 해서 내 가족 일처럼 기쁘다"라며 "내 아들은 '태한보다 더 최고의 성악가는 없다'며 이제 성악 참가자는 그만 받자고 할 정도"라며 웃었다.
김태한도 이날 시상식에서 카스테아우 가족들과 진한 포옹으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단순히 순위 결과를 넘어 참가자들에게 골고루 다양한 무대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역시 김태한을 포함한 최종 결선에 진출한 12인 모두가 주최 측이 기획한 공연 일정이 마련됐다. 김태한의 첫 공연은 13일 열린다.
젊은 음악인 입장에서는 대회 참가에 그치지 않고, 유럽권 오페라단이나 유명 극장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대회 5위에 입상한 베이스 정인호(31)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워낙 큰 대회라서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사실 결과보다는 대회를 계기로 더 많은 무대 기회를 얻고 싶어서 도전했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대목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인 참가자가 늘어나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올해로 9년 연속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주최 측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축적한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의 '매니지먼트 노하우'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문화원은 매년 한국인 참가자들의 경비 지원을 비롯해 각종 협연 및 독주회 등을 진행해왔다. 다국적 후원 기업이 대부분인 주최 측 협력 기관 중 공공기관과 MOU는 한국문화원이 유일하다.
문화원은 오는 9월께 우승한 한국인 참가자들을 초청해 갈라 콘서트를 열고, 이들이 현지 최대 음악축제인 '뮤직트로아 페스티벌'에 참가하도록 주선할 계획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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