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이드 신문과 전면전' 英 해리 왕자, 법정에 직접 나온다
"영국 왕실 구성원의 법정 출석은 매우 이례적…득보다 실 클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타블로이드 신문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영국 해리 왕자가 이번주 자신의 사생활을 훔쳐본 의혹을 받는 언론사의 재판에 직접 출석하기로 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이번 주 자신의 휴대전화 불법 해킹 의혹을 받는 데일리 미러의 발행사인 '미러 그룹 뉴스페이퍼'(MGN)를 상대로 제기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MGN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얻은 해리 왕자에 대한 정보를 사용해 기사를 제작했는지와 고위 경영진과 간부들이 이를 승인하거나 은폐했는지 등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원고인 해리 왕자 측은 데일리 미러, 선데이 미러, 선데이 피플 등을 보유한 MGN이 1996∼2010년 송고한 기사 148건에 휴대전화 해킹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한 정보가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MGN 편집국 간부와 고위 경영진은 기자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을 알고도 승인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MGN은 런던 고등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한 진술서에서 과거 해리 왕자와 다른 연예인 3명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일들에 관해 "전적으로 사과한다"며 재발 방지와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2004년 해리 왕자가 런던 나이트클럽에 갔을 때 사설탐정을 기용했던 사례를 불법 정보 수집으로 인정하지만, 음성메시지를 도청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일부 혐의는 공소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영국 왕실의 일원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해리 왕자에게도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심한 적대적인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며 어머니 다이애나비와 아내 메건 마클과의 관계 등을 포함해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에 대한 질문도 이어지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증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앤서니 셀던은 해리 왕자의 법정 증언은 경솔한 결정이라면서, 본인은 얻는 것도 없이 (적대관계에 있는)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만 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왕실 평론가인 폴린 매클라렌 런던대학 교수는 타블로이드에 맞서는 모습이 오히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면서 인지도를 올리는 등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매클라렌 교수는 해리 왕자가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약자의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면서, 구세대들은 못마땅해하겠지만 젊은 세대들은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를 바라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찰스 3세 국왕의 차남으로 사망한 다이애나비가 어머니인 해리 왕자는 지난 2020년 아내 메건 마클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나면서 영국 왕실과 결별했다.
지난달 열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 홀로 참석했으나 버킹엄궁 테라스에서 군중과 인사하는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채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해리 왕자는 데일리 메일 등을 보유한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 더선 등을 거느린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와도 휴대전화 해킹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영국 왕실 고위 인사의 법정 증언은 지난 19세기 에드워드 7세가 왕세자 시절 이혼 등 2건의 사건에 대해 증언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BBC는 전했다.
앤 공주가 지난 2002년 법정에 출두한 적이 있지만 이는 그녀의 애완견이 어린이 2명을 문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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