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유민주국가 돼야" 베이징서 성조기 흔들며 시위
홍콩매체 "시위 여성, 전단도 뿌려…온라인에 영상 빠르게 유포"
톈안먼 34주년 기념일에 홍콩서 1명 체포·23명 연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을 앞두고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수도 베이징에서 미국 국기를 흔드는 1인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명보는 지난 3일 베이징 동·하계 올림픽이 열린 국가체육장(일명 냐오차오) 바깥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성조기와 현수막을 흔들며 전단을 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중국 인권 사이트 웨이취안왕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국가체육장에서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공연장 밖에 있던 한 여성이 갑자기 주변 높은 단상에 올라 성조기와 현수막을 흔들었다.
이 여성은 "중국은 세계를 포용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돼야 한다. 탈출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 누구나 오고 싶은 나라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전단도 뿌렸다.
보안요원과 경찰이 바로 계단을 타고 단상으로 올라가 여성을 넘어뜨리며 제압하고 물건들을 압수했지만, 현장을 찍은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유포됐다.
붙잡힌 여성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고 이후 후속 상황도 알려지지 않았다.
트위터에도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또 이 여성이 뿌린 것이라는 전단을 촬영한 사진도 돌아다니고 있다.
3일은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을 하루 앞둔 날로 중국의 경비가 특히 강화된 날이다.
누리꾼들 역시 "6월 4일 전날에 벌어진 일"이라는 등의 설명과 함께 당시 영상을 올렸다.
명보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인용, 해당 사건이 톈안먼 34주년을 앞두고 베이징의 주요 고가도로에 감시원들이 배치된 가운데 벌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대만 중앙통신사는 작년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시위가 발생했던 베이징 도심의 고가도로인 '쓰퉁차오'(四通橋) 입구와 난간에 설치됐던 도로 표지판이 최근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톈안먼 사태 34주년을 앞두고 '반(反) 시진핑' 시위의 성지가 된 쓰퉁차오에 사람들이 집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9㎞가량 떨어진 쓰퉁차오에서는 작년 10월 13일 코로나19 방역 통제와 시 주석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현수막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자는 쓰퉁차오 난간에 흰색 바탕의 긴 천에 붉은색 글씨로 '핵산(PCR) 말고 밥이 필요하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자' 등의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위자는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 현수막을 건 뒤 불을 피우기도 했으나, 얼마 안 돼 현지 공안에 의해 제지당했다.
한편,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 34주년을 맞은 4일 1명이 체포되고 23명이 연행됐다.
홍콩 경찰은 4일 검문에 불응한 1명을 체포하고 23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야당 대표, 홍콩기자협회 전 회장, 민주 활동가 등이 연행됐다.
그에 앞서 3일에 4명을 체포하고 4명을 연행한 데 이은 조치다.
이에 대해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검은 옷을 입거나 꽃을 든 사람, '5월35일' 등 톈안먼 시위 관련 물건을 소지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검문을 당했고 연행됐다"고 전했다.
톈안먼 시위에 대한 언급이 금기인 중국과 달리 홍콩에서는 2020년까지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2020년 6월 30일 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에서도 촛불 집회는 자취를 감췄으며, 톈안먼 시위와 관련한 '역사 지우기'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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