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움직이는 동행지수·선행지수…경제 '상저하고' 가능할까
동행지수 3개월 연속 올라…선행지수는 2년 가까이 하락 흐름
소비 선전·수출 부진에 격차 확대…"하반기 반등, 수출에 달려"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동행지수와 미래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가 수개월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동행지수는 올해 들어 반등하는 추세지만, 선행지수는 계속 하락하면서 두 지수 간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동행지수에서 추세 요인을 제거한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였다.
2023년 1월 99.0을 기록한 후 2월(99.2)과 3월(99.7)에 이어 3개월째 상승세가 유지됐다.
반면 4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0으로, 전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6월 0.1p 상승을 마지막으로 10개월째 보합 또는 하락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5∼6월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2년 가까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동행지수는 선행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선행 지수가 하락 추세라면, 동행지수 역시 이를 따라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선행지수의 하락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동행지수가 상승하면서 두 지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상반기 국내 경제 상황과 지수 간 구성 지표 차이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상반기 한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인한 불황이 이어졌지만, 코로나19 종식 후 살아난 소비가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고용 상황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수출과 투자는 부진하고, 소비와 고용은 선전하는 상황은 동행지수와 선행지수에 상반된 영향을 미쳤다.
소매판매액 지수와 서비스업 생산 지수, 비농림어업 취업자 수 등을 주요 지표로 삼는 동행지수는 소비·고용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아 상승했다.
반면 수출입 물가 비율과 건설수주액, 재고순환 등 지표로 구성된 선행지수는 수출 및 투자 부진 상황이 반영돼 하락했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따로 움직이는 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선행지수가 동행지수보다 낮으면 경기가 나빠진다'는 기존의 해석 역시 당분간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상반기 경제가 하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반대로 가는 흐름 속에서는 정부가 공언한 '상저하고'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힘들다.
국내 경제 여건상 소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률의 폭이 크지 않은 만큼, 근간이 되는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야만 유의미한 수준의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선행지수가 역으로 동행지수를 따라 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제조업 재고율이 4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등 곳곳에 부정적인 지표가 있어 하반기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결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여건 변화가 하반기 경제 반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수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초반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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