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보다 회사에 강경"…美서 현대차·기아 상대 절도소송 비판
CBS 출신 언론인, 일부 美 도시 소송에 "상점 절도는 상점 탓이냐" 꼬집어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일부 도시가 잇따라 발생하는 차량 도난 사건을 이유로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살이 찔 경우 달고 맛있는 케이크를 만든 회사를 비난할 것이냐"라는 언론의 비판이 나왔다.
미국 CBS 기자 출신인 버나드 골드버그는 2일(현지시간)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민주당이 운영하는 진보적인 도시들은 반(反)범죄자 정책으로 가혹하게 보일 수 있는, 자동차 도둑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보다 자동차 회사에 강하게 대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시애틀, 뉴욕 등 소송을 제기한 도시를 거론하면서 이들이 '차량 절도는 공공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이유 등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훔치기 쉬운 자동차를 만든 회사를 비난할 수 있는데 왜 범죄자를 비난하느냐'는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농담처럼 보였을 것인데 이제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진보적인 도시들은 약탈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선반에 물건을 진열한 이유로 약국 체인을 고소할 것이냐"고 반문한 뒤 "약탈 행위는 약탈자의 잘못이냐, 아니면 약탈하기 너무 쉽게 만든 약국 운영자의 잘못이냐"고 물었다.
그는 또 케이크 등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현대차 등을 고소한 일부 도시의 논리대로면 간식이 맛이 없다면 미국에 비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쿠키와 케이크를 먹는 것을 거부할 수 없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이 너무 쉽기 때문에 물건을 훔쳤다면 내게 알려달라"고 말한 뒤 "집단 소송을 통해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집단 소송에 대해 보상키로 합의한 사실을 가리킨 말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8일 차량 도난 사건 집단소송과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보상에 드는 금액은 2억 달러(약 2천700억원)로 추산된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15일 사설을 통해 "진보적인 도시들이 범죄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범죄자들이 훔친 것보다 범죄자 자체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일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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