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91%의 서호주 州총리 "지쳤다"며 사의 표명
내년 3월 총선 앞두고 "선거 이끌 에너지·추진력 떨어진다"며 사임
지난 1월 뉴질랜드 총리도 사퇴…코로나19 겪으며 번아웃 겪는 지도자 늘어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지율 91%에 달하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총리가 "너무 지쳤다"라며 사임했다.
30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마크 맥가윈(55) WA주 총리는 전날 WA주 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번아웃(burn-out)을 호소하며 사임한다고 밝혔다.
번아웃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돼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맥가윈 주총리는 "정치적 리더로의 역할은 중단이 없고 무자비하다"며 "그것은 매일 모든 것을 소모하는 엄청난 책임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일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겪었다"라며 "선천적으로 대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매일 논쟁과 토론을 벌여야 해 너무나 지쳤다"라고 말했다.
맥가윈 주총리는 이런 자신의 성향을 그동안 잘 숨겨왔지만, 이제는 지쳤다며 내년 3월로 예정된 주 선거에서 당을 이끌 에너지와 추진력이 떨어져 사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 총리뿐 아니라 주의원 자리에서도 물러난다고 밝혔다.
해군 장교 출신인 맥가윈 주총리는 1996년 로킹엄 지구의 주의원으로 정치를 시작, 2017년 WA주 총리에 올랐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강력한 대응을 펼치며 큰 신임을 얻었다.
이 덕에 2021년 주 선거에서는 59석 중 53석을 차지하는 압승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최근까지도 9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내년 3월에 있을 총선에서도 노동당이 무난히 승리를 거둬 그가 세 번째 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컸다.
그의 사임 소식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마크는 우리 역사상 가장 어려운 위기 중 하나를 안전하게 헤쳐 나간 리더로 WA주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라며 "전례 없는 시대에 그는 자신의 신념을 고수했고 항상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격무에 지쳐 스스로 물러나는 정치 지도자는 맥가윈 주총리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직무를 수행할 에너지가 고갈됐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으며 2021년 4월에는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안쇼버 보건장관이 과로를 견디지 못 해 사의를 밝혔다.
2020년 3월에는 네덜란드 보건장관이었던 브뤼노 브라윈스가 의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받다가 쓰러진 뒤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영국 리즈 대학의 대릴 오코너 심리학 교수는 "번아웃의 주요 인자 중 하나는 직무 스트레스"라며 특히 최고 지도자에게는 그런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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